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실리콘밸리뱅크(이하 SVB), 시그니처은행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자, 금리 인상과 동결 전망이 엇갈렸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경제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5%대에 진입했고,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5%p까지 벌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시장의 피벗(pivot) 기대를 일축했다.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파월 “연내 금리 인하 없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50~4.75%에서 4.75~5.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 인상 결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의 지표는 소비와 생산의 완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일자리는 증가세를 보였고, 강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실업율은 여전히 낮고,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다만, 물가 상승률 2% 달성을 위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면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 대신 “추가적인 정책 확인이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발생한 SVB, 시그니처은행 파산의 원인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위기설 등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대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해 6월과 7월, 9월, 11월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고, 12월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는 등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그러다가 올해 2월에는 인상폭을 줄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결정했는데, 이후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고용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폭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 이는 최종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긴축 속도를 높이는 것을 정당화하는 지표가 나오면 금리 인상폭을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전망이 한때 70%를 웃돌고, 최종 금리 수준이 6%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SVB, 시그니처은행 파산 등 일련의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 전망과 함께 금리 동결 필요성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며 “최근의 사태는 가계와 기업의 신용조건을 더욱 엄격히 하고, 경제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영향의 정도는 불확실하다”면서 “위원히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며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등에 대한 데이터가 예상보다 강력해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 18명 중 10명은 올해 최종금리를 지난해 12월과 동일한 5.0~5.25%로 전망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금리 수준은 금리를 한 번만 더 올리면 되는 수준이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면서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銀, 美 금리인상 부담 덜었지만, 환율·금리 격차 부담은 여전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0.25%p 올렸고, 시장 상황을 살펴가면서 긴축정책을 펼치겠다고 함에 따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따라 4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다만,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인 만큼 역대 최대인 1.50%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지난달 초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해 지난 10일 1323원까지 올랐다.

이창용 총재는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대해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해왔지만, 환율가 금리 격차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다. 관련해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내면서도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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