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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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대로 내려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연내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국제유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로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1월(5.2%)보다 0.4%p 하락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하면서 상승폭을 줄여왔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5.0%까지 내려왔지만, 올해 1월에는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소폭 상승한 바 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내려온 것은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내린 때문이다.

석유류 가격은 작년 2월보다 1.1% 하락했는데, 이는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이다. 경유(4.8%)와 등유(27.2%) 가격이 올랐지만, 휘발유(-7.6%), 자동차용 LPG(-5.6%) 가격이 내렸다.

반면,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0.4% 상승했다. 이는 1월(10.3%)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2009년 4월(11.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빵(17.7%), 커피(15.6%), 스낵과자(14.2%)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5.1% 상승해 1월(6.0%)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축산물 가격은 1년 보다 2.0% 하락했다.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의 가격 하락으로, 국산 쇠고기(-6.1%), 수입쇠고기(-5.2%) 등이 내렸고, 닭고기는 16.4% 올랐다.

농산물 중 채소류(7.4%)와 수산물(8.3%)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농산물 중에서는 풋고추(34.2%), 양파(33.9%), 파(29.7%), 오이(27.4%) 등의 가격이 상승했고, 수산물 중에서는 고등어(13.5%) 가격이 많이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월과 같은 전년동월대비 1.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5%), 외식 외(4.4%) 모두 오르면서 1년 전보다 5.7% 올랐지만, 1월(5.9%)보다는 상승폭이 둔화했다.

5%대 고공행진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떨어지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큰 상승폭을 보였다.

2월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28.4% 올라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도시가스요금이 36.2% 상승했고, 지역난방비 34.0%, 전기료 29.5%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에 28.3%였다가 이번 달에 28.4%로 0.1%p 소폭 상승했는데, 전기나 가스는 변동이 없고, 일부 지자체의 수도요금이 오르면서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하며 1월(5.0%)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같은 기간 4.0% 올라 전월(4.1%) 대비 0.1%p 하락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물가라고 할 수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5.5% 상승, 1월(6.1%)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김 심의관은 “소비자물가는 올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겠다”며 “소비가 조금 주춤한 모습들을 보이는 것이 하락 요인이 되겠지만, 중국 경제활동의 재개에 따라서 국제유가나 국제원자재가격에 불확실성이 조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내 추가 공공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을 제한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BOK 이슈노트’에 실린 ‘물가 여건 변화 및 주요 리스크 점검’에서 “근원물가 중에서도 개인서비스 물가와 비근원물가 간에 연관성이 크고 지속성도 높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비근원물가에서 개인서비스 물가로의 전이 정도가 비근원물가 상승기에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국제유가 및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근원물가로의 이차 파급영향이 적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석유류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체감도가 높아 기대인플레이션과의 연관성이 큰 편”이라며 “특히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기대인플레이션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면서 “부문별로 불안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며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 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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