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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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되살아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는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6.4% 올랐다고 밝혔다.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2%)를 웃돌았고, 전월보다는 0.4% 올라 지난해 12월(0.1%)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전월 대비 기준 상승세가 두드러진 항목은 주거비, 에너지, 식품 가격 등이었다. 이 가운데 주거비 상승세가 전체 물가 상승분의 절반, 근원물가 상승분의 60%를 차지했다.

주거비는 전월 0.8% 상승한 데 이어, 이번에도 0.7% 올라 전년 동월 대비로는 7.9% 뛰었다. 에너지 가격은 2개월 연속 하락세였으나, 1월 가솔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2.0% 올랐다.

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전반적인 ‘물가 둔화’ 기조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CPI 발표로 인해 올해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급망 제약 완화에 따른 재화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진행될 것이고, 이번 물가 상승을 주도한 주거비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내려올 것이라는 점도 선행지표를 통해 분명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율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유지 중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통상 1월은 공공요금 인상, 기업의 가격 재설정 등 계절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시기다. 의약품과 운송 서비스 부문 가격 상승은 이를 반영한 것이며, 그에 따라 3개월 연속 하락했던 근원상품 항목이 월간 0.1% 상승했다. 상품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의 반전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최제민 연구원은 “여전히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느려진 물가 둔화 속도는 연준이 제시했던 경로보다 금리 인상을 더 길게 가져갈 가능성을 높인다”며 “연준이 오는 3월 한 번 더 25bp(0.25%p) 인상한 후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3월과 5월 각각 25bp 인상 이후 동결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즉, 최 연구원이 예상한 최종 기준금리는 5.0~5.25% 수준이다.

한편, 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14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6.66p(0.46%) 하락한 3만4089.27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p(0.03%) 내린 4136.13으로, 나스닥지수는 68.36p(0.57%) 오른 1만1960.15로 각각 장을 마쳤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 증시는 1월 CPI 발표에 선물 시장에서 강한 변동성을 보였다”면서 “과도한 우려보다는 양호했으나, 혼재된 결과에 시장은 혼조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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