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은행 및 비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3년 만에 KB금융그룹으로부터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4조64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KB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4133억원을 2290억원 앞섰다.

◆‘리딩금융’ 가른 비은행…신한, 카드 외 순이익 증가

양사는 은행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작년 이자이익은 전년대비 17.9% 증가한 10조6757억원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전년대비 24.1% 성장한 8조2052억원의 이자이익을 시현했다. KB금융그룹의 이자이익도 11조3814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8.9% 증가, 신한금융그룹보다 앞섰다.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9조2910억원으로, 2021년보다 20.2% 늘었다.

은행의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의 2022년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22.1% 증가한 3조4500억원이었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5.6% 는 2조99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결국 ‘리딩금융’ 지위를 가른 것은 비은행 부문이었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신한카드를 제외한 비은행 부문 주요 계열사의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14억원으로, 급격한 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인해 전년대비 5.0% 하락했지만, 신한라이프는 견조한 보험영업이익 시현으로 같은 기간 18.4% 증가한 463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옥 매각이익(세전 4438억원, 세후 3218억원)이라는 일회성 요인에 힘입어 412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신한캐피탈은 여신 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 및 유가증권 관련 수익 증가로 전년대비 10.3% 증가한 30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KB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을 제외한 비은행 부문 주요 계열사의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5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대비 무려 84.8% 성장한 것으로, 손해율 개선과 부동산 매각익 등 일회성 이익의 영향이다. 생명보험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503억원으로, 같은 기간 25.6% 줄었고, KB국민카드 순이익(3786억원)도 전년대비 9.6% 감소했다. KB증권의 경우 주식시장 침체와 시장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수탁수수료와 S&T 부문 실적이 부진을 면하지 못함에 따라 순이익(2063억원)이 65.3% 줄었다.

다만, 신한금융그룹의 ‘리딩금융’ 탈환이 ‘완전한 성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이같은 실적에는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익 반영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907억원으로, 전년대비 71.7%(2301억원) 감소하고, 감소분은 양사의 순이익 격차를 소폭 상회한다.

◆진옥동, 리딩금융 지위 공고화 과제…‘디지털 혁신·내부통제 강화’ 집중할 듯

이에 따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취임 후 ‘본업 경쟁력 강화’와 ‘고객 중심의 지속가능 경영’의 두 방향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리딩금융’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본업 경쟁력 강화’에서는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중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혁신은 조용병 회장이 임기 내내 강조했던 것으로, 특히,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간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만큼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업의 지속적인 영위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진 내정자는 행장 시절 금융권 최초의 배달앱인 ‘땡겨요’를 출시하고, 모바일 앱 ‘신한 쏠(SOL)’을 전면 개편한 ‘뉴 쏠’을 내놓는 등 그룹의 디지털 혁신 첨병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그는 “업의 경계를 넘는 횡적 혁신으로 사회의 장을 넓혀야 한다”며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 연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업 확대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그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이유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 부문 손익인 5646억원으로 전년대비 43.0% 증가했다. 그룹 전체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p 상승한 12.2%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 일본 현지법인(SBJ은행) 초대 법인장을 지내는 등 글로벌 영업에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오사카 지점장 시절 SBJ은행 설립을 주도했을 정도로 일본 시장에 전문성을 지녔다.

또한 신남방 국가 진출 거점으로 집중 공략 중인 베트남에서는 발빠른 현지화와 디지털화 등으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며 2021년 재무실적 부문에서 외국계 은행 1위에 올랐고, 지난해 그룹의 글로벌 부문 손익 중 신한베트남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였다. 이는 신한금융그룹 국외점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고객 중심의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회추위 최종면접 전에 “(면접에서) 앞으로 신한이 100년을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징점적으로 말씀드릴 계획”이라면서 “은행장을 맡아 지속적으로 추진한 고객 중심 경영 부분도 말씀드릴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초 신한은행이 모바일 앱 및 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미래 지속가능성’이라는 진 내정자의 경영 철학이 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뉴 쏠(SOL)’ 출시 당시 임원회의에서 진 행장님이 그동안 이익을 냈던 부분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뱅킹 수수료를 면제하자고 하니까 임원들이 반대했다”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세대교체와 함께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며 용퇴를 결정했고, 지난해 발생한 횡령사고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인 적이 있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 내정자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 확정 후 “믿고 거래해주신 고객들에게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많은 상처를 드렸기 때문에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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