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악화 속 기대감 여전…신사업 동력 천명

▲ 황창규 KT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KT가 추진할 사업방향인 ‘기가 인터넷'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KT의 ‘구원투수’로 나선 황창규 회장이 어느덧 취임(1월 27일) 100일을 넘겼다.

삼성전자 사장 재직 당시 불러일으킨 ‘황의 법칙’ 신화를 KT에서도 재현할 것이라는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무대에 등장했지만 창사 이래 첫 적자라는 성적표 등 주변 여건은 녹록치 않다는 평이다.

하지만 취임 이후 KT의 시가총액이 5000억원 넘게 불어났고 영업성과는 오히려 증대되는 등 기대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100일을 넘어섰다. 기대와 과제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올 1분기 실 적이 암담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은 과거의 유산이기에 황 회장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기대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시대 선도’ 등 신성장 동력을 앞세워 또 다른 ‘황의 법칙’을 써내려갈 각오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T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업체는 올 1 분기 당기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152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6% 급감했고 매출도 5조846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2%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6.02%에서 2.60%로 3.42% 급락하며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사업별로 보면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가 확대됨에 따라 무선분야 매출은 1조783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1분기 말 기준 LTE 가입자는 86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중 52.4% 수준이다.

하지만 연초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심화돼 1분기 마케팅 비용이 7752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11.1%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더욱이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무선 단말 판매량도 15.1% 감소했다.

유선분야 매출은 유선전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 여파로 6.7% 줄어든 1조4201억원을 기록했 다. 다만 초고속 인터넷 매출은 2.3% 증가했다.

하지만 ‘황창규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 취임 당시(1월 27일) 2만9850원까지 떨어졌던 KT의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3만1850원을 기록하며 6.7%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7조7942억에서 8조3164억원으로 5222억원 불었다.

실제로 표면적인 실적은 떨어졌지만 실제 영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내실 개선에 ‘청신 호’가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올 1분기 재무제표 현금흐름표 항목 중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액수는 5932억원
으로 전년동기 대비 268.5% 급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만을 계산한 항목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KT가 당면 한 과제들이 모두 만만치 않지만 신임 CEO의 리더십 등 많은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인회 KT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실적 개선 방안에 대해 “비상경영 선포와 사업 합리 화, 특별명예퇴직을 단행해 비장한 자세로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전 임직원이 필사의 각오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며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1등 KT’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순탄치 않은 첫 걸음…창사 이래 첫 적자
시총 5천억↑, 영업·현금흐름 개선 ‘청신호’

 

황 회장, “기가인터넷으로 KT 살린다”

황창규 회장은 ‘기가(Giga)인터넷’을 새로운 무기로 정체돼 있는 KT의 반등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보다 속도가 최대 10배 빠른 인터넷을 구현해 유·무선 통신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황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사옥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통 신기업인 KT의 새 경영화두로 ‘기가와 융합’을 제시하며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해 지금보다 인터넷 속도가 3~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유선 인터넷 속도를 현재보다 10배 빠른 기가급으로 높이고 무선 분야도 롱텀에볼루션 (LTE)과 기가 와이파이(WiFi)망을 함께 이용하는 이종망 융합기술인 ‘기가패스(GiGA Path)’ 등을 활용해 기존보다 3배 빠른 무선 인터넷 속도를 구현한다.

이처럼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융합 서비스를 구현 하는 ‘기가토피아(GiGAtopia)’를 현실화하겠다 는 플랜이다.

황 회장은 이를 토대로 주력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일례로 인터넷TV(IPTV) 업계 1위 역량을 결합해 초고화질(UHD) 기가 TV를 연내 상용화함으로써 미디어산업을 선도할 방침이다.

기가 인프라 구축과 함께 KT의 주력 산업인 통 신과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5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T가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5대 사업 분야는 ▲스마트 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이다.

KT는 해당 분야의 국내 시장 규모가 3년 안에 119조원까지 성장이 예상되며 글로벌시장에서 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을만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에너지는 세계 최초 융합 에너지 최적화 프로젝트인 ‘KT-MEG(마이크로 에너지 그리 드)’를 기반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국가 전력 위기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차세대 미디어는 홀로그램 등 미래형 콘텐츠 발굴과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선도하며 헬스케어는 유전체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개발에 집중한다. 지능형 교통관제를 통해서는 물류 운송 선진화와 교통혼잡비용 감소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집적도를 1년에 2배씩 늘리는 ‘황의 법칙’으로 반도체 속도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신화를 갖고 있는 황 회장은 “황의 법칙을 뛰어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며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1등 KT를 달성하기 위한 성장 엔진을 기필코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수익성 떨어진 계열사 정비

이날 기자간담회의 ‘메인 요리’였던 KT의 향후 비전만큼이나 이목을 끌었던 황창규 회장의 발언은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이었다.

계열사 감축을 시사 하면서 최근 진행된 KT 직 원들에 대한 명예퇴직 실시에 대한 설왕설래를 의식한 듯 인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여론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황 회장은 계열사 통폐합 계획에 대한 질문에 “회장에 취임하고 보니 계열사가 상당히 많더라”라며 운을 뗀 뒤 “경쟁력이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가 명예퇴직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린 직원들에게 감사 하다”라며 “1등 KT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황 회장의 이같은 자세는 효율 없는 계열사에 대한 칼바람을 예고하면서도 최근 매듭지은 명 예퇴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1일 특별 명예퇴직을 접수를 마감했고 총 8320명이 신청했다.

이는 KT가 2003년부터 진행한 총 3번의 명예퇴직 가운데 최대 규모로 2009년 당시 감축 인원은 5992명이었다.

그동안 KT는 다른 통신사에 비해 임직원 수가 많아 ‘통신 공룡’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유선사업 중심의 인적구조 때문으로 이 때문에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경쟁사보다 큰 상황이었다.

 

황 사장…“기가인터넷시대 선도할 것”
명예퇴직 실시…수익성과 여론 사이 고민

 

명퇴 수익성 향상…노사 갈등 걸림돌

특히 유선사업 수익이 매년 4000억원씩 감소하는 것을 두고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2010년 4조3458억원에서 2011년 3조8169억원, 2012년 3조3756억 원으로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는 2조9794억원에 머물며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 명예퇴직으로 인력구조가 다소 개선되고 인건비 비중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청자들이 모두 퇴직한다면 KT 직원 수는 3만2188명에서 2만3868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평균 연령도 46.3 세에서 44.5세로 낮아진다.

KT는 이번 명예퇴직으로 매년 7000억원의 인 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 하려면 근본적인 구조 개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 노사가 뜻을 모은 결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도 있다.

복수노조 체제인 KT 노동조합 가운데 소수인 KT 새노조는 관계자는 “무엇을 가지고 1등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발전 전략은 취임 3개월이 되도록 발표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결국 선택한 전략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명예 퇴직”이라고 비판했다.

명예퇴직 과정에서 신설된 조직의 목적을 놓고도 노사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KT새노조는 KT가 명퇴 거부자 291명을 신설 조직인 ‘CFT(Cross Function Team)’팀으로 발령했으며 이는 보복 인사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는 CFT 조직이 경기와 강원, 충청, 영남, 호남 등 서울에서 먼 거리에 있고 각 부서 산하 근무지도 오지로만 구성돼 있다.

업무 범위도 현장마케팅과 고객서비스 활동지원, 그룹사 상품 판매 대행 등 광범위해 사실상 명퇴 거부자를 퇴출시키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조직의 해체를 요구했다.

KT측은 이에 대해 “특별 명예퇴직과 일부 사업 합리화 작업으로 현장 업무수행 체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CFT는 인력 재배치에 따른 지역 인력 불균형 해소와 중소도시 영업 판매망 강화를 위한 정규 조직으로 직원 퇴출을 위한 부서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희망근무지역 조사를 위한 기본 면담을 진행해 본인 희망지역을 최대한 고려해 배치 중 이며 근무 환경에 따라 사택을 제공하는 등 생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직무 전환 교육 등 신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 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