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는 작년 4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달 조금 넘었지만, 그 사이 일어난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번졌고, 그로 인해 이동이 제약됐다. 또 반도체 경기가 하락했고, 이태원 사태 등을 이유로 4분기 경제지표가 좀 나쁘게 나왔다”면서 “4분기에는 음(-)의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경기가 획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우선 재정 조기 집행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성장률을 보면 침체 국면으로 가고는 있지만, 유럽의 날씨가 따뜻한 점, 미국의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견고한 점 등을 볼 때 미국과 유럽의 성장 전망이 기존보다 상향 조정되고 있다”면서 “중국 코로나19도 1~2월이 지나면 퍼지는 속도가 떨어지면서 회복세에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를 볼 때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크게 보면 수출 부진이나 국제 경제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경기 침체냐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고, 경기침체의 경계선에서 데이터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고, 다른 주요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과 비교해 우리가 더 나은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역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출도 약할 것이고, 성장률도 예전보다는 낮을 것이지만, 음의 성장으로 갈 것이냐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작년) 4분기에 나빴던 요인 중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많지만 사망자 수는 많지 않고 현지 이동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 1~2개월 지나고 회복될 가능성이 12월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이 굉장히 타이트함에도 임금상승률은 조금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떨어졌다. 유럽도 겨울이 따뜻해서 가스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선재고 확보 효과도 있었다”며 “굉장히 음의 성장을 예상했었는데, 그보다 조금 나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들간 의견이 갈렸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금리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논의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당분간, 즉 3개월 정도 볼 때 기준금리의 정점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며 금통위원 3명은 3.5%에서 당분간 영향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고, 나머지 3명은 상황에 따라 최종금리가 3.75%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재 예상되는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수준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책 약속이 아니다”면서 “전제조건이 바뀌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서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정책 목표로 확실시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할 경우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 금리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갈 때 우리가 반대로 가기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금리 결정은 국내 상황을 우선으로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 금리 격차가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안정에 대한 걱정 등을 같이 고려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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