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건강악화…이재용 내부지명 유력

[파이낸셜투데이=김남홍 기자]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불을 지폈다. 재계는 삼성이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41)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의 ‘삼각편대’를 구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삼성그룹과 3세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가 3세’의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병상을 털고 일어나더라도 연령 등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왕성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3세’ 경영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전자’를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화학), 이서현 사장(패션) 등 ‘삼각편대’를 구축할 것이 설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 에버랜드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합병·이전·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재계는 이 구조조정을 삼성가의 ‘삼각편대’ 후계 작업을 위한 구조 개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지난 8일 삼성SDS 연내 상장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SDS 연내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3남매는 약 2조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 경영복귀 불투명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는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도 삼성의 대다수 의사 결정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 회장 입원이라는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그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입원에도 큰 동요 없이 일상적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 팀별 주간회의를 진행했고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사장단 회의도 차질 없이 열렸다.

하지만 표면적인 상황과는 달리 이 회장의 건강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조심스런 관측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건강 리스크가 4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이상 이 회장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장 이건희 회장이 서울 서초 사옥 본사로 직접 출근해 경영현안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역시 독자경영 체제를 가동한다지만 이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핵심 사안들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영 전반을 살폈다. 최근 해외 경쟁업체와의 교류도 넓히는 등 해외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또 2012년에는 주력계열사 삼성전자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잡음 없이 소화하며 경영수업을 어느 정도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확실히 각인시킬 작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입원 이후 세계의 시선이 삼성그룹에 쏠리고 있다”면서 “자칫 장기화될 수 있는 이 회장 부재 상황에서 삼성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그 자체로 이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고 삼성의 관리 체계도 다시 한번 검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삼각편대’ 승계 위한 구조 개편

삼성은 현재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계열사 합병을 통해 한층 강화된 전자수익계열화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SDS와 삼성 SNS가 지난해 9월 합병했다. 12월에는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해외플랜트 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올 들어서는 삼성SDI가 지난 3월 제일모직을, 지난달에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사업 소재별 겹치는 계열사를 한데 묶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전자부문 계열사 간 협력을 공고히 했다.

이밖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처분했고 삼성카드 지분도 삼성생명으로 몰아줬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선물과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교환했다. 이로써 지분구조 단순화 작업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전자·금융, 이부진 사장 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 패션·미디어 계열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이 부회장을 그룹의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 체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삼성SDS 상장, 승계 ‘실탄’ 확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해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섰던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를 위한 승계 ‘실탄’ 확보 목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SDS가 상장되면 지분 19%를 갖고 있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약 2조원의 상장차익을 얻게 된다. 재계는 상장 차익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 가치는 3조6000억원, 예상되는 증여세는 1조8000억원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대응이 가능하다.

남은 이슈는 이 부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현금화를 시킬지, 아니면 계속 보유할 지 여부다. 보유를 택한다면 추후 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다시 현금화에 나서거나, 증여세 대신 주식을 직접 납부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삼성SDS지분을 상장 후 매매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시킨 다음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생명, 지배구조 중심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개편되면서 삼성생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이 7.2%로 삼성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다시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해 이 회장(20.8%)에 이어 2대 주주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2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3.72%)이나 이부진 사장(8.37%), 이서현 사장(8.37%)보다 월등히 많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며 최근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간의 지분 정리로 그룹 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까지 상속받으면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전자도 확실히 지배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배치하고 삼성생명에 대한 타 계열사 출자지분을 정리한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리틀 이건희’ 이부진 사장, 주목

‘비상 상황’을 맞아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은 이 부회장에 비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특히 ‘리틀 이건희’라고 불리는 이부진 사장은 호텔 신라를 경영하며 사업 수완은 검증받았다는 평이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경영을 책임진 뒤 면세점 사업 확장 등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며 내실과 외형 확장을 지휘했다. 호텔신라의 주가가 이를 말한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2011년 1월 10일 2만5000원에서 3년 4개월이 지난 5월 15일 기준 8만8000원으로 252%가 뛰었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주가가 3배 가량 상승한 곳은 호텔신라가 유일하다.

호텔신라는 시장의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사업의 방향을 호텔이나 식음료에서 면세사업으로 바꾼 점과 시장이 커지는 해외 면세점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발 빠르게 시장 상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부진 사장의 추진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은 ‘리틀 이건희’라고 불릴 정도로 이 회장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해외 출장길은 물론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한 행사에도 이 회장의 옆자리는 이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이 채웠다.

이서현 사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이서현 사장은 향후 삼성의 디자인·패션 분야 사업을 책임질 전망이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해 이부진 사장과 함께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제일모직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이 없던 이 사장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합병하면서 실질적인 주주 경영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제일기획에는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미디어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패션을 품고 2대 주주인 이 사장이 이동해 오면서 삼성 승계구도에서 ‘이서현=패션’의 등식이 성립됐다는 분석이다.

▲ 告 이병철 회장.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이재용 부회장까지

삼성그룹의 모태는 창업주 고이병철 회장(1910~1987)이 1938년 대구에 설립한 삼성상회다.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뜻을 펼치기 위해 삼성상회를 세웠다.

이 회장은 삼성상회를 바탕으로 1954년 제일모직을 세워 성공가도를 달린다. 1967년 비료 생산 업체인 한국비료를 설립했다.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를 1953년에, 1963년에는 동방생명(삼성생명 전신)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했다. 삼성그룹의 핵심이 된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창립하며 국내 굴지의 재벌로 올라섰다.

이병철 회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66년 한국비료가 사카린을 밀수하려다 적발돼 이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병철 회장은 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절대 노조는 안 된다’는 유명한 ‘무노조 원칙’을 역설해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이 회장은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30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87년 11월 19일 사망했다.

이건희, 삼남으로 황태자 등극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삼남이다. 그는 유력한 후계자 후보였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밀어내고 1987년 삼성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병철 전 회장이 1960년대 말부터 복귀 움직임을 보이자 청와대에 투서가 들어갔다. 이 전 회장은 장남의 소행으로 의심했고 이맹희 전 회장은 후계자에서 멀어졌다. 사실 이 투서 사건은 차남인 이창희(새한그룹 전 회장, 1991년 작고)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면서 삼성그룹은 쪼개지기 시작했다. 1991년 신세계와 한솔(전주제지)이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갔고 1993년 CJ(제일제당)가 1995년 새한(제일합섬)이 계열 분리됐다. 이에 따라 신세계와 CJ, 한솔 등 범삼성가가 형성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부인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한다. 이후 삼성그룹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고 현재 국내 굴지의 그룹으르 성장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브랜드가치 세계 8위, 미 포천지 선정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3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도 편법경영승계 논란으로 특검을 받고 이른바 ‘떡검’ 논란 등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1942년 1월생으로 일본 와세다대학교 상과를 졸업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승계 임박

이건희 회장에 이어 그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았다.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에서 그해 12월 삼성전사 사장에 올랐고 2012년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2009년 2월 부인 임세령 대상HS 대표와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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