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현 캐나다 영리무역 회장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요강부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1000개가 넘는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 40년 넘게 캐나다 전역에 팔아 돈을 벌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무역 성공 노하우를 차세대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1966년 단돈 200달러를 들고 토론토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나 연간 매출액 1억달러를 올리는 이영현 영리무역 회장은 ‘한국과 캐나다의 무역 선봉장’과 ‘무역업의 대부’, ‘판매의 달인’으로 불린다.

이영현 회장은 최근 ‘성공 전도사’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회사는 아들에게 물려주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한인 청년들에게 40년 판매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창립 멤버로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03년 월드옥타가 자랑하는 ‘차세대 무역스쿨’ 프로그램을 창설했다.

무역 사관생도를 양성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월드옥타의 68개국 130개 지회 어디서든 강의를 요청하면 자비를 들여 쫓아간다.

차세대 회원뿐만 아니라 국내 거주 청년들을 위한 멘토를 자처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강의료 없이도 강단에 선다.

지금까지 58개 대학과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 회장이 지난달 22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월드옥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는 ‘제16차 세계한인대표자 대회 및 수출상담회’에 참석해 차세대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후배들에게 전하는 성공을 위한 원칙으로 ‘목표·인연·고정관념·신용·경험’의 5가지를 꼽았다.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지만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야만 성공이란 열매를 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캐나다에 한국 알린 무역 일꾼
요강부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성공 노하우 ‘인연’을 소중히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물로 받은 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에 적힌 ‘Made in Canada’란 문구를 보고 ‘캐나다가 최고’란 동경을 품었고 23세 때 캐나다 땅을 밟았다.

5가지 성공 노하우 가운데 그는 ‘인연’을 강조했다.

캐나다 라이어슨대 유학 시절 4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택시 운전을 하다 보따리상인 같았던 한인과의 만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택시 운전을 하던 어느 날 양손에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몬트리올 시내를 걷는 한인 남성을 보고 안쓰러워 무료로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또 1시간을 기다렸다가 숙소인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

이 회장은 졸업 후 무역회사를 차렸고 조국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당시 무역의 대세인 일본 제품을 마다하고 한국산을 캐나다에 수입하려고 마음먹었다.

우선 장난감 3000개를 주문받아 공급처를 구하려 삼성물산을 찾아갔지만 보기 좋게 문전박대 당 했다.

“사업 초보인데다 액수가 적다고 거절당했죠. 발길을 돌리려는데 거기서 택시를 태워줬던 사람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삼성물산 직원이던 그분의 배려로 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었죠.

당시 대리였던 그 분은 나중에 삼성 부사장까지 승진하며 든든한 파트너가 됐고, 그 인연으로 저는 삼성 제품을 열심히 팔아 지난 2008년에는 1억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키워드에 대해서도 경험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캐나다로 유학 오기 전에는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다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고정관념의 틀 을 버려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는 점을 역설했다.

원칙 그리고 신뢰

또 영리무역은 창업 초기부터 OTDT(Order Today Delivery Today)를 사훈으로 내걸고 그날 주문받은 것은 그날 배송한다는 원칙을 지켜와 신용을 쌓았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인에게 최고의 유산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쌓아올린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고기가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입니다. 경험을 전수해준다는 것은 그냥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고생도 경험해보게 해서 자기만의 것이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 회장은 700만 재외동포가 모두 거주국에서 위상을 높이며 성공적으로 사는 이유를 “우리 민족의 우수한 DNA 덕분”이라며 “여기에 경험의 유산이 후배들에게 전수된다면 더욱 우뚝 설 수 있다”고 1세대 한상(韓商)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업 초기에 한국산 요강을 ‘캔디박스’, 빨래판은 ‘아마추어 예술품’이라고 소개하며 무엇이든 가져다 팔았던 경험을 털어놓은 뒤 “젊은 후배들이 감각은 뛰어나지만 자신감과 패기가 부족하다”고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각 분야에서 영국에 공을 세운 연방국 시민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메달’서 훈자로 뽑히기도 했다.

“사업에 몰두하던 시절에는 아침에 눈 뜨면 빨리 회사로 나가서 일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으로 기업으로 강연을 다니며 ‘어떻게 경험을 전해 젊은 후배에게 영감을 줄까’ 궁리하며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