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큰불은 꺼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최근 푸르밀 사태를 보고 든 생각이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겠다”며 “약 1개월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11월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며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이에 따라 400여명의 푸르밀 직원들과 협력업체는 반기를 들고 나섰다. 

거센 반발에 신 대표는 지난달 24일부터 노조와 소통하며 견해차를 좁혔다. 약 2주간의 소통을 통해 지난 10일 사측과 노조는 인원 감축 30%를 시행하는 대신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사업 종료를 전면 백지화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푸르밀은 지난 4년간 누적 적자만 3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에도 1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유제품의 소비가 줄고 원재료 상승 등으로 경영 악화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푸르밀은 지난 9월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푸르밀이 인원 감축 후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매각 의향자가 언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국내 유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노후화된 푸르밀의 공장 설비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푸르밀의 행보도 아쉽다. 이미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2000년대부터 우유 소비량이 줄어듦에 따라 유업계는 새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건강기능식, 식물성 음료, 케어푸드 등에 진출하며 기존의 식품업계와의 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푸르밀은 이런 측면에서 사실상 수수방관해 왔다.

푸르밀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인원 감축 카드도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칠수도 있다. 안일하게 매각 의향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서도 안된다.

최종 카드로 내세웠던 사업 종료는 철회했으나 이제부터 신 대표의 푸르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45년의 세월이 무색하지 않게 신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난국을 타개해 나갈지 소비자는 지켜보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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