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0.50%p 인상한 것은 5%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에 더해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과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17일 한은 블로그에 10월 금통위에서 사상 두 번째로 빅스텝을 밟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홍 국장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난 8월보다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하방 경직성이 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9월 5.6%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5% 중후반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의 경우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대를 유지했다.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쳐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쳐

이에 더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고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홍 국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 달러화 강제 기조 강화에 엔화·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최근과 같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하에서는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향후 국제에너지가격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로 9월 말 80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으로 다시 90달러대 초중반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물가경로상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쳐
자료=한국은행 블로그 캡쳐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로 한은 금통위의 이번 두 번째 빅스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수준 등을 직접적으로 타겟해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을 통한 물가 상승압력 증대와 자본유출입 등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에 대해서는 정책결정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홍 국장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에서 유발된 환율 상승 기대가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하는 등 국내외에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다”면서 “통화가치 약세 전망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거나 만기도래분 재투자를 지연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더해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직간접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사정에 미치는 파급효과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을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국장은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간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지만, 지금 정책대응에 실기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정책대응이 필요하고, 그만큼 성장 측면의 손실도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사국도 대외 균형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된 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2.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 8월 전망치인 5.2%,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기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증대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 유럽, 중국의 경기가 동반 위축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커졌고, 금리상승이 내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대내외 여건 변화로 물가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짚었다.

김 국장은 “미 연준의 긴축기조 강화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대(對)유럽 가스공급이 축소되고, 지정학적 긴장도 고조되면서 에너지 수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고, 중국의 경우 부동산 경기 부진과 도시 봉쇄조치 지속으로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최근에는 수출증가율도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상승은 주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자수지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민간소비 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설비·건설투자도 지연되거나 제약될 수 있다”며 “금리상승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저소득·한계·과다차입 가계 및 기업 등 취얍부문에서 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으로 향후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의 경우 최근 빠르게 높아지며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하방압력을 대체로 상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국장은 “5% 이상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이 중요한 시점에서는 대외 균형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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