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등졌던 개혁인사들 컴백 가능성 ‘솔솔’

바이든과 각별한 DJ, 미 막강파워 ‘루빈 사단’과도 관계 돈독
오바마 지지했던 정동영 “美 오바마 정부 北과 직접 대화해야”

미국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개막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정치권을 잠시 등지고 있는 ‘진보적’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의 컴백(정치활동)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오바마를 주축으로 한 미 행정부에 입각할 핵심 인물들과 각별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먼저 오바마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햇볕정책의 열혈 마니아’로 소문나 있다. 국민의 정부 당시 주미대사를 지낸 양성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바이든에 대해 “햇볕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지난 80년대 김 전 대통령의 망명 시절 인연을 맺은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005년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를 맡으면서 북핵 청문회가 열릴 때면 “햇볕정책만이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외면하는 부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고 있는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30년 간 미국 상원의원직을 수행하며 지난 2001년 청와대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과 회동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은 당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넥타이를 선물받았는데 여전히 이를 간직하면서 지인들에게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할 정도로 DJ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양성철 교수는 “바이든 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항상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 재무부는 이른바 ‘루빈(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사단’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데 루빈 역시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손꼽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주미대사관 공보공사를 지낸 윤석중씨는 “루빈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를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고, DJ의 최측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루빈은 자신의 책과 연설 등을 통해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쉽의 결과였다고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차기 재무장관 후보로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을 미 경제정책의 핵심인물로 키우고 발탁한 사람은 다름 아닌 루빈으로 전해진다.

루빈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뒤 그 이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DJ를 찾았으며 지난해 9월과 10월 김 전 대통령이 잇따라 방미했을 때도 극진히 환대하는 등 양측 간 친분을 두텁게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자 미국 진보진영과 전혀 관계를 두지 않고 있고 방심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론이 정치권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의원은 6일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와는 직접 교류가 없지만 미국 민주당의 젊은 세대들과도 굉장한 교류를 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국익과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못지 않게 진보·개혁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여의도와 결별한 정 전 장관이 오바마 체제 출범 이후 머지 않은 시간에 정계에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화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미국 간의 갈등이 가시화될 경우 이를 안정시킬만한 거물급 정치인으로는 정동영 전 장관이 적격이라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퍼지고 있다. ‘정계복귀’는 아니지만 오바마 체제 이후 평화적 남북 체제 구축을 위해 일정부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0월 25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10·4 남북공동선언’ 해외동포대회 초청강연에서 “미국민이 오바마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다면 세계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하는 등 친오바마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해 미국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정 전 장관은 내년 재보선 출마 가능성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9월 당 상임고문에 위촉된 데다 당내 개혁세력인 민주연대의 지도위원으로 선임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국내 정계복귀설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출국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연수중인 정 전 의장은 내년 초 중국 칭화대로 자리를 옮겨 연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외 정치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정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6일 듀크대에서 열린 초청특강을 통해 “오바마 정부의 출범은 한반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새 정부에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한반도 변화에 대한 첫 직접적인 언급이다.

정 전 장관은 특히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대북 조정관의 방북과 ‘페리 보고서’ 발표 등의 성과를 예로 들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간 고위급 대화 개최를 당부했고, 북핵해결을 위해선 “개성공단을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의 주요 매개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공식적인 대화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꼬집은 뒤, “대화 등을 통해 북한과 관계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북간 대화채널을 복원하라고 이명박 정부에 촉구한 셈이다.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오바마 새 정부 출범 이후 야권 내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을 받고 있는 인물은 현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이자 민주당 전 대표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내년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영향력이 큰 수원 장안에서 재보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도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이후 정계복귀설에 힘을 받고 있다.

손 전 대표는 현재 충청과 강원 지역을 다니며 지인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손 전 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오바마 새 정부 출범 이후 위기의 남북관계 속에서 일정부분 ‘거물급 정치인’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오바마 체제 출범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정동영, 손학규에 버금가는 대중성과 정치력을 겸비한 ‘대어’가 없는 상황에서 현 민주당 지도부 체제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오류를 막아내기 어렵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기 때자에 오바마 체제 출범 이후 오바마와 일정 부분 코드가 맞는 두 대어가 복귀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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