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선재 기자
사진=김선재 기자

정부가 금리 상승기 채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취약차주에 대해 채무조정을 통해 상환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부채가 많이 늘어난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유동성 잔치로 호황이었던 자산시장에 빚을 내 투자했다가 시장이 침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서민 투자자들이 대상이다.

금융당국 장기·분할상환,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상환부담을 경감시킬 방침이다. 또한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에 대해서는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과감한 채무조정’가 함께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사용 중인 차주에 대해서는 저금리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빚을 내서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했다가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시장이 침체돼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 청년에 대해서는 소득, 재산 등을 감안한 채무과중도에 따라 대출이자를 최대 50% 깎아주는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규모는 125조원+α다.

취약계층·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적 의무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분명 필요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과 확산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조치로 불가피하게 빚을 지게 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마땅히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건강한 사회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빚을 내 투자했다가 실패한 것까지 세금을 들여 구제해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는 “영끌 안 한 사람이 바보다”, “정작 고생길 걷고 있는 것은 40대”, “착실하게 돈 벌어서 이자 잘 갚은 사람들을 아주 뭐같이 만드네” 등 역차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로 들끓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30세대는 미래의 핵심으로, 이들에게 선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마련해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며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자칫 ‘무리하게 빚을 내도 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준다’는 식의 인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차주에 대한 역차별,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융소비자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는 어디까지나 금융소비자 본인의 책임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금융지원을 통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빚만 내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위기 상황에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