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태섭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환율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와 규제 개혁을 통해 환율 압박을 완화하고 투자를 유도해 내수 회복을 앞당길 필요가 있습니다.” 임태섭 맥쿼리증권 대표는 유명 이코노미스트 출신답게 올해 한국 경제와 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이 분명했다. 임 대표는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 겸 리서치센터장을 오랫동안 지내고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한국 공동대표도 거쳤다. 금리와 규제 개혁 등 당국의 정책에 대해서도 자신의 관점을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올해 한국 경제와 증시 전망을 묻자 임 대표는 “한국이 신흥국 중에서 가장 매력이 있다”고 전제했다.

선진국 경제 회복의 혜택이 예상되고 다른 신흥국 같은 신용 거품이 거의 없는데다가 내수도 일단은 바닥을 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신흥국보다 선진국 전망이 더 밝기 때문에 신흥국 중 한국 투자 비중은 커지지만 신흥국 전체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한국 수출에서 신흥국 시장 비중도 적지 않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로 선진국 수요 회복의 파급 효과가 예전보다는 적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저성장과 수요 부족 이라고 임 대표는 진단했다.

본격 회복이 예상되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 정도로써 금융위기 이전 10년간 평균 성장률인 약 3%대에도 못 미친다.

임 대표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공급은 많고 수요는 적다는 점”이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원화 강세…증시 부담 클 것”

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환율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으로 일본이나 신흥국들의 환율이 구조적 약세일 가능성이 커서 한국은 가만히 있어도 원화가 기타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세계적 수요 부족 때문에 모든 국가가 남의 수출을 뺏어오려고 하니 수출 가격 경쟁이 심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여러 나라와 반대로 가고 있으므로 어려움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전자·자동차를 비롯해 화학·철강 등 원화 강세의 압박을 받는 부문들은 코스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오르기는 어려우며 수출주 상승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맥쿼리증권은 올 연말 코스 피 지수 전망치로 2300을 제시하고 있다.

“금리 인하…환율·내수 풀어야”

따라서 한국 경제와 증시의 해법은 환율·금리와 내수 양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우선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정책에 대한 의문과 함께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 대표는 “내수 경기가 약한데도 한국은행이 완화를 하지 않으니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며 “물가도 목표 범위에 못 미치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한은이 지표 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더 선제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수 회복을 가속하려면 기업·기관에 쌓여 있는 현금이 밖으로 나와 빨리 돌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 개혁으로 서비스업 등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구조조정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기관의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들어오도록 기업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38%에 이르는 스톡옵션 소득세율 등 자본시장 침체를 낳는 과도한 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임 대표는 “서비스 부문에는 이익집단이 워낙 많아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규제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 내부의 현금을 끌어내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에 세금을 부과해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 등을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 대표는 한편 “외국인 소득세율이 올해 들어 바뀌는 줄 알고 있다가 갑자기 동결돼 외국인 임원들이 당혹스러워했다”며 “지난해 말 국세청에 이를 문의해도 아무도 몰랐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정책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올해 리서치·기관 영업 강화”

임 대표가 이처럼 당국 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기업 현금 과세처럼 자칫 일부에서 껄끄러워 할 수도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그가 정통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 금융권에서 임 대표처럼 리서치센터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 출신 CEO의 장점으로 경제· 기업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분석능력을 꼽았다.

임 대표는 “거시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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