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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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국가 경제 발전이 보다 많이 이룩될 수 있다.”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제기한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일반적으로 ‘국부론’으로 지칭되는 해당 이론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로 들어온 개념이다.

‘국부론’은 전쟁과 폭력의 위협이 항시 존재하는 15~18세기(1776년) 나왔다. 당시 서유럽은 중앙집권적 절대군주국가 체제가 성립되면서 근대적 산업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중상주의’를 채택했다. 상인들은 대외무역을 통해 국가 이익을 증진시켰고, 이에 국가는 상인들에게 독점적인 위치를 부여하면서 무역상인 계층의 영향력이 하늘을 찔렀다. 중상주의자들은 무역경쟁국보다 낮은 비용의 생산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했다. 나태에 빠지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유시간과 교육기회 역시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하층계급의 삶은 참담 그 자체였다.

이렇게 부패한 정부와 독점적 행태 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맥락에서 나온 게 ‘국부론’이다. 당시 국가의 시장 개입은 곧 독점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국부론에서의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는 독점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손’을 그대로 현대 경제에 이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고도 성장을 마치고, 복지를 기반한 발전시대에 접어든 현대 경제에서의 국가 개입 최소화는 ‘국부론’ 때와 반대로 곧 강자들의 독점을 장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은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보이지 않는 손’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주창하지만 자세히 보면 ‘규제혁파’ ‘자유’ ‘공정’ ‘연대’ 등 듣기 좋은 말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실제 혜택은 강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기만에 가깝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것은 세전 이익이 많은 일부 대기업에 감세혜택으로 이어진다.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특례 제공과 가업을 이으면 상속세 납부를 유예한다.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완화를 추진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 등도 손질하겠단다.

윤 정부의 있는 자 친화정책은 끝이 없다. 재산세와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향조정하고 한시적 특별공제를 도입하는 등 보유세 감세에도 나섰다. 이는 고가주택과 다주택 보유자일수록 세금 감면이 크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가 부과된 2%의 국민을 위한 정책이다.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민생 지원책은 전무하다.

부자와 대기업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는 결국 누군가의 지갑에서 채워져야 한다. 친기업을 표방한 현 정부에서 경제 분야 예산을 줄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복지 분야 예산을 줄이거나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세수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정책으로는 ‘공정’과 ‘연대’는커녕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없이 오르는 물가에 서민이 들이 신음하고 있는 지금, 앞전에 좌초했던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나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시즌2를 꺼내놓을 것이 아니라 물가 대책을 비롯한 민생 현안을 먼저 챙겨야 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을 때가 아니라 ‘보여야’ 할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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