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구글, 인앱결제 사실상 강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에도 ‘꼼수 준수’
같은 상품 가격 늘어 소비자 부담↑
실태점검 꺼내든 방통위, 무거운 어깨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사진=연합뉴스

애플 뒤를 이어 구글이 30% 인앱결제 수수료를 모든 앱에 강제하면서 창작자 생태계에서는 구글이 기어이 고혈을 빨아먹으려 한다며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앱 마켓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음에도 법을 준수하는 모양새만 내고 꼼수를 부리고 있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구글 고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3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행위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영영자,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형사 고발하는 고발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구글은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모든 앱으로 확대 적용하는 새로운 결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1일부터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앞서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 발표에 앱 개발사‧개발자들이 목소리를 모았고, 대한민국 국회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지난 3월 8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의 시행령이 의결됐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앱 내에서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면서 수수료율을 4%p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글의 제3자 결제 수수료율 26%는 자체 결제 시스템이 없는 개발사‧개발자에게는 각종 부대비용이 더해지면 인앱결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과 정책 미준수 앱 삭제 공지는 결국 소비자의 콘텐츠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은 안드로이드 앱 이용가격을 인상했다. 애플 iOS의 경우에는 이미 안드로이드 OS 앱보다 비싼 상태였다. 수수료 증가는 구글은 수익 증가, 소비자에겐 가격 인상으로, 창작자에겐 수익 악화인 셈이다.

웹툰협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자 자사 결제금액을 인상하기에 이르렀다. 그 부담이 콘텐츠 이용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창작자들의 수익감소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할 것”이라며 “‘통행세’ 30%로 인한 출혈은 단순히 수익이 약간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계에 치명적인 약탈임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 무거운 방통위 어깨…‘독과점’ 구글‧애플의 갑질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는 애플의 결제 정책을 따라갔다는 분석이 많다. 애플 iOS는 이전부터 구글 안드로이드 OS보다 많은 돈을 내야 같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의 점유율(11.6%)이 토종 안드로이드 앱 마켓인 원스토어(13.8%)보다 낮아 구글이 결제 정책을 바꾸기 전까지 별달리 언급되지 않았다. 구글은 74.6%에 달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17일부터 구글, 애플 등 앱 마켓에 대한 실태점검을 시작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4월 8일 구글의 변경된 결제 정책이 특정 결제방식을 부당하게 강제한다는 신고서를 방통위에 접수했고, 업계 간담회 등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행위가 인정될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해 엄정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꼼수를 사용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방통위가 적극적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이 사실상 인앱결제 강제화 조치에 방통위는 부처의 사활을 걸고 대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하고, 밖으로는 해외 규제기관과 공조해야 한다. 더 이상 제 역할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글이 앱 마켓 시장을 반수 이상 점유하고 있는 상태고, 애플 iOS에 제3의 앱 마켓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독과점이 흔들려야 가격 경쟁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3의 앱 마켓인 원스토어나 갤럭시 스토어가 점유율 확대를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앱 개발사‧개발자들이 앱 마켓에 입점하지 않는 것이 꼽힌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도 지난달 30일에야 원스토어에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스토어의 경우 지난달 미디어 콘텐츠 앱의 수수료를 기본 10%로, 6월 초부터는 기존 콘텐츠 가격을 유지하거나 다른 앱 마켓보다 일정 수준 이상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 특별 약정을 통해 최저 수수료율 6%를 적용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미 구글, 애플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더 낮추고 더 많은 앱의 입점을 노리는 식이다.

한편, 구글‧애플의 독과점 구조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콘텐츠 동등접근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제외된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앱 개발사가 구글‧애플 외의 앱 마켓에도 의무적으로 앱을 등록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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