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카드
사진=현대카드

업계 혁신을 주도해 온 현대카드가 또다른 혁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근무방식이다.

◆현대카드, 금융권 최초 ‘상시 재택근무’ 도입…6월 ‘거점 오피스’ 운영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이달부터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현대카드의 ‘상시 재택근무’는 부서 및 직무 특성에 따라 나눠진 그룹별 근무일수 비율 안에서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영업 분야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 사무실 근무가 필수적인 조직은 ‘온 사이트(On-Site)’ ▲프로젝트 기반으로 개인 업무가 분명하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업무 조직은 ‘하이브리드(Hybrid)’ ▲정형화돼 있거나 개인의 숙련도가 높아 성과는 내는 업무를 주로 하는 조직은 ‘리모트(Remote)’로 구분, 각각 월 20%·30%·40% 비율 안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울 동남권 및 근교에 거주하는 직원들의 출퇴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오는 6월 서울 강남에 ‘현대카드 강남 거점 오피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사무 공간과 함께 업무에 필요한 주요 설비와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된다.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그동안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동맹 ‘도메인 갤럭시(Domain Galaxy)’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 등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역량 강화를 통한 ‘질적 이동’에서 더 나아가 ‘금융 테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부터 일하는 방식 및 환경의 변화를 위해 임직원 서베이 및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임직원들의 업무에 따른 다양한 근무 방식과 기업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산업이 테크놀로지라는 도구에 지배되고 있다. 결국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올해 키워드로 ‘양적 성장과 질적 이동’을 꼽고, 분기별 프로젝트 진도를 확인하는 빠른 리듬을 도입해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 테크 기업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지난해 양적·질적 성장을 동반한 포지셔닝의 이동을 이뤄냈다고 평가하며 이를 ‘질적 이동’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카드사가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며 데이터 역량 강화 및 초개인화 마케팅을 앞세우며 플랫폼으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현대카드의 근무방식 변화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세로카드·PLCC’로 업계 혁신 주도한 현대카드

실제로 현대카드의 혁신은 업계 전반의 변화를 이끌었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정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기술 개발과 인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고, AI 및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을 기반으로 한 신용카드 상품과 서비스, 맞춤형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세로카드’와 ‘PLCC’다. 2017년 6월 현대카드는 ‘가로카드’ 일색이었던 업계에 세계 최초로 ‘세로카드’를 선보였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해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긴’ 모양에 익숙하고, 신용카드에는 IC칩이 내장돼 결제할 때 긁는 방식이 아닌 ‘꽂는’ 방식이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당시로써는 ‘무모한 도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신용카드 전문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카드 10개 중 7장은 ‘세로카드’였다.

최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PLCC 역시 현대카드가 업계에 불러온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PLCC는 카드사와 기업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카드로, 일반적인 제휴카드와 달리 카드사와 기업이 상품의 설계와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카드사와 함께 나눈다.

현대카드는 PLCC를 미래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보고, 2010년대 초반부터 PLCC 비즈니스가 뿌리내린 미국의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웰스파고(Wells Fargo) 등 주요 업체들과 이들이 내놓는 상품을 연구하고 시장에 대해 분석하는 등 기반을 다져왔다.

2015년 5월 이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이마트e카드’를 출시한 현대카드는 지금까지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이베이 ▲코스트코 ▲SSG.COM ▲GS칼텍스 ▲대한항공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쏘카 ▲무신사 ▲네이버 ▲넥슨 등과 PLCC를 출시하고 있다.

PLCC 분야에서 현대카드가 갖는 지위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까지 국내 전업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PLCC 중 88.5%가 현대카드의 것이었다. 발급매수 기준으로도 상위 10위권 카드 중 8위를 제외한 모든 카드가 현대카드였다.

이같은 PLCC 부문에서의 강력한 협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대카드는 PLCC 파트너사간 데이터 동맹인 ‘도메일 갤럭시’를 구축, 금융 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했다. ‘도메인 갤럭시’ 안에서 각 파트너사들은 현대카드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해 공동 또는 교차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이는 곧 현대카드의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 2018년 783만명이었던 현대카드 회원 수는 2021년 11월 말 1107만명을 기록하며 1000만명을 돌파한다. 4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이중 PLCC 회원 수는 같은 기간 83만명에서 320만명으로 증가, 무려 280% 급증했다. 전체 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32%로 확대됐다.

현대카드는 PLCC 각 브랜드에 로열티가 높은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이들에게 소구하는 혜택을 중심으로 상품을 설계한 것과 데이터 리포팅 서비스, 초개인화 마케팅 지원 등 ‘도메인 갤럭시’와 AI를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예측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이 회원 수 증가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현대카드가 PLCC를 갓 시작할 때만 해도 ‘돈이 안 되는 사업을 한다’며 혀를 차던 카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PLCC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카드가 PLCC를 통해 또 한 번 국내 신용카드 비즈니스의 새 장을 열렀다는데 대해 경쟁사들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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