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 영화는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지만, 때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한 영화들은 우리에게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상상력이 더해진 미래를 그린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길 때도 있죠.

이처럼 영화는 단순히 감정적 유희를 즐기도록 하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영화가 던진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공무원. 국가나 지방 공공기관의 사무를 맡아 보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국민의 수임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그들이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부정을 저질러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국민이 입게되는 피해는 고위 공무원이 저지르는 부정일수록 더 커진다.

자신을 조사하던 검사로부터 성추행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 사실이 없는 검사는 성추행 검사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이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해당 여성의 죽음 뒤에 전·현직 고위 관료와 사모펀드가 결탁해 국내 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비싸게 팔려는 검은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스타펀드’와 짜고, 자산 가치 70조원의 ‘대한은행’을 1조7000억원에 살 수 있도록 주도한 인물들은 전 국무총리, 전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등 전·현직 경제관료, 소위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마피아 합성어)’였다.

이들은 국내 최대 법무법인과 함께 ‘산업자본’인 스타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은행법의 예외조항을 악용, 대한은행의 BIS 비율을 조작해 부실기업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와 차명을 동원해 수백억원씩 투자한다. 대한은행 매각 과정에서 스타펀드가 직접 투자한 금액은 고작 1600억원. 즉, ‘모피아’들로 인해 스타펀드는 자산 가치 70조원인 은행을 겨우 1600억원만 투자하고 사들인 것이다. ‘국부 유출을 막아 나라를 구하겠다’는 외자 유치의 실체는 ‘모피아’의 매국적 사기행위였다.

스타펀드의 대한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검찰과 금융당국은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내지만, 묵인한다. 2003년 대한은행을 인수했던 스타펀드는 2012년 대한은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매각 지연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을 제기한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상은 영화 ‘블랙머니’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영화는 ‘론스타 펀드(이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6600억원대에 인수했는데, 당시 사모펀드자 산업자본이었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행의 BIS 비율을 6.16%로 조작해 부실금융사로 만들어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3년 7월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8.24~9.14% 수준이었다.

외환은행 인수 후 론스타는 2006년 KB국민은행에,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2012년 2월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승인한다. 이를 통해 론스타는 차익과 배당금 등 4조6600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성인이 차기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이창용 전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내정하면서 약 20년 만에 론스타 사건이 다시 소환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추진되던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보수로 1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5년에는 론스타가 제기한 ISDS 절차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추 후보자에 제기되는 의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있으면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금지하는 은행법 규정을 무시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예외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2년 론스타그 외환은행을 매각했을 때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었다.

이에 대해 추 후보자는 “지금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2003년에 일어난 일이고, 2005~2006년에 집중적으로 문제제기가 됐던 부분”이라면서 “그동안 여러 절차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다 정리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08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했는데, 2008년 9월 론스타는 일본에 호텔 및 골프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산업자본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행법 제16조의4에 따라 매 반기마다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010년 말까지 실시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떠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외환은행의 매각을 지연했다며 2012년 11월 5조원대 ISDS를 제기했다. 10년이 지난 이 문제는 현재 최종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오는 19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새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사실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바로 잡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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