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4% 성장에 성공했지만, 올해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2020년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수출 및 민간소비의 회복세로 목표였던 4.0%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고,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긴축 모드로 전환했으며, 글로벌 공급 차질과 미중 경기 회복세 축소,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과 위협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전망(4.9%)대비 0.5%p 낮은 4.4%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는 기존 전망치 대비 0.3%p 내린 3,0% 성장을 예상했다. 관련해서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회복·수출에 4% 성장 달성…한은 “세계 경제 회복 흐름 이어갈 것”

2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성장률은 4.0%를 기록했다. 2010년 6.8% 성장 이후 11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4%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과 민간소비의 영향이 컸다. 4분기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체제 전환과 정부의 추경의 영향으로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전분기(–0.2%) 대비 1.7% 증가했다.

관련해서 작년 3분기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투자가 부진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GDP 성장률이 0.3%에 그쳐 ‘4%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4분기 수출의 경우 반도체,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4.3% 증가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출연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지속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돼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출이 반도체, 화학제품, 자동차,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며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에 적응해 소비심리가 개선됐고, 백신 접종 확대, 온라인 소비 활성화, 정부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0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 효과에 대해서는 “지난해 정부가 1차 14조9000억원, 2차 34조9000억원 등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했는데, 이전지출 중심이라서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정부투자에 상당히 기여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추경 예산과 본예산이 섞여서 정부 효과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20년 마이너스 성장 이후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나면 급락했던 성장률이 다시 급상승하는 ‘V자 곡선’을 그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경제 성장률 –5.1%를 기록한 이후 1999년에는 11.5% 급상승해 2년 평균 8.3%의 성장률을 보였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시 0.8% 성장 이후 2010년 6.8% 성장해 평균 3.8% 성장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위기 전후로는 2019년 2.2%, 2020년 –0.9%, 2021년 4.0%로 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황 국장은 “위기의 원인이 다르고 경제 규모나 경제성장률 추이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 국장은 “세계 경제가 꾸준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면서 수출도 견실할 것으로 보인다”며 “IT 수요나 비대면 콘텐츠 활성화, PC, 서버, 모바일 전화기 등에 대한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오미크론·긴축 전환·미중 회복세 축소 등 곳곳 지뢰밭

지난해 가까스로 코로나19 확산세를 뚫고 4% 성장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올해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우리 경제가 마주한 혹은 마주하게 될 대내외 리스크가 향후 성장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황 국장은 “세계 경제가 갑자기 꺼지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글로벌 전염병 재확산이나 공급 차질, 중국 경제 리스크 등이 하방리스크”라고 말했다.

당장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역대 가장 많은 1만301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다음 달에는 하루에 확진자 수가 3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해서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경제 회복세 둔화가 확인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조사한 미국 1월 제조업·서비스업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50.8을 기록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활동 증가, 미만이면 위축를 의미한다.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긴축 모드로 전환한 것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이후 공개된 의사록을 통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조치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시장은 연준이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금리 조기 인상, 연내 다섯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 향후 통화정책 운영에 국내 경제 상황을 우선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미국과 일정 수준의 금리차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늘려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최근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 규모는 연간 9조6000억원에 이른다.

중국 경제도 문제다. 지난해 8.1%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올해는 4~5%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1%로 기존 대비 0.7%p 내렸고, 세계은행도 0.4%p 하향 조정한 5.1%를, 골드만삭스 4.3%, JP모건 4.1%를 제시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이에 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0%로 0.3%p 하향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생과 직결된 대면서비스업 특히 숙박음식·문화서비스업 등이 아직 2020년 충격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최근 방역조치 장기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G2(미국·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우려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