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p 인상한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상된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또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다고 해서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고 광범위하다며 상승률이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1.00%→1.25%로…1.5% 돼도 긴축 아니야

14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불과 반년 사이에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으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상된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상황, 성장이나 물가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완화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며 “오늘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의 현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서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 배경 중 하나로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일 필요가 여전히 크다”면서 “이런 것을 감안해보면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경제 흐름, 추정하고 있는 중립금리 수준, 준칙금리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비춰보면 기준금리가 1.5%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한은은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차가 있다. 또 0.25%p씩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하는데, 한두번 갖고는 금리 조정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첫 인상 이후) 5개월 정도 흘렀고, 세 차례 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효과를 어느 정도 계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취한 조치의 효과를 보는 것이 당연하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따른 취약계층 부담 증가, 재정이 맡아야…소비 제약할 정도 아니야

시장에서는 최근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연간 약 9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취약계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는데, 이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의 어려움은 재정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정책 엇박자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의 흐름이 부문별로 다르기 때문에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서 통화정책은 정상화해 나가지만, 워낙 균등하지 못한 회복세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대한 것은 재정이 맡아야 한다”면서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엇박자’로 볼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통화정책은 거시정책이다. 성장, 물가, 금융블균형 등 큰 흐름을 보고 운영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다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 증가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계층별로 다르겠지만, 전체 소비 흐름을 볼 때는 전체 소비를 제약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상당 부분이 소위 고신용자 중심으로 늘었다. 75% 정도를 고신용자가 차지하고 있고, 저금리의 영향이 있지만, 연체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자본의 적정성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다. 그래서 소위 금융안정 차원의 금융 시스템 전체를 봤을 때 부채 리스크가 촉발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물가상승세가 생각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요가 빠르게 느는 반면,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공급이 미치지 못하는 데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면서 “성장률 자체가 지난해 4%, 올해 3%고, 이것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 압력, 예상보다 높고 광범위…상당기간 3%대 이어갈 것

이 총재는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고 광범위하다며 상당기간 3%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2%대로 내려와 연간 2%대 중후반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수정해서, 지난해 2.5%였는데, 올해 물가가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도는 2%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2% 이상 오른 품목의 수가 지난해 1월 132개에서 12월 228개로 늘었고,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309개 근원품목 중 2% 이상 오른 품목은 같은 기간 67개에서 135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총재는 “품목 중에서 비중이 큰 것이 외식물가다. 확산세가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위 공급 병목에 따른 상승압력도 점차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관련 업체들이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대 흐름이 꽤 가겠다는 생각이 들고,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도 있고 해서 율 자체는 상반기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와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 등에 따라 올해 3% 성장률 달성은 가능하다고 봤다.

◆美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크게 우려하지 않아”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양적긴축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신흥국에는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경제는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이퍼링이 곧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양적긴축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취약한 신흥국은 예상외의 충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고, 우리 경제의 경우 소위 대외건전성이 차별화된다. 양호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 주요국 통화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내 경제를 우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빨라지고, 긴축의 강도가 세진다면 그것 또한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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