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무드 다시 ‘냉각’…지속가능 채널 구축 절실

[파이낸셜투데이=이혜현 기자]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이 절실하다. 올 들어 이산가족상봉 등을 통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으나 최근 한미 쌍용훈련을 겨냥한 북한의 무력시위가 잇따르면서 또 다시 경색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통일 전문가들은 진정성과 지속성이 융합된 신뢰프로세스 구축만이 남북이 함께 통일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남북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지난해 8월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시작으로 올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정치권과 통일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로 맞서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또 다시 얼어붙고 있다.

지난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이 북한 비핵화 공조강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27일부터 시작된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 ‘쌍용훈련’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북한이 또 다시 예고 없이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산상봉 후 남북관계 또 다시 삐걱
신뢰 없는 통일 정책 “대박 없다”

특히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노동 계열 미사일로 1300km까지 날아갈 수 있고 핵탄두를 탑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사일로 알려졌다.

이종희 통일부 대변인실 서기관은 이에 대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으로 가까스로 회복된 남북관계가 또 다시 경색국면으로 돌입해 갈등과 긴장이 확대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이 마련된 것은 없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 반복…진정성 필요

현재 남북관계는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조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당한 타협과 보상이 이뤄진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북한의 도발로 위기가 조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대외협력팀 박사는 “악순환 반복의 근본원인은 신뢰 부재라고 할 수 있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은 남북 간 신뢰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70년에 가까운 긴 분단의 시대를 거쳐 오며 굳어진 불신의 악순환 구조를 깨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북 간 근본적인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남북 간의 오랜 불신과 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속적인 남북고위급 접촉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보장 ▲경제협력 등 민간급 교류 협력 확대가 선행돼야 지속가능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박사는 북한 당국과의 신뢰관계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대북한주민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북한주민의 인권을 비롯한 생존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호혜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진정한 남북 간의 신뢰관계 형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보완해야

역대 정권은 그동안 끊임없이 남북 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속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유발시켰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엄중한 현실은 지금까지와 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의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안보와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 국제사회에서 주도권 필요
전문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보완해야

하지만 일부 통일 전문가들은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은 남북신뢰회복에 대한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제시한 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향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여러 방안이 제시됐는데 그 중 핵심적인 안으로 ▲비전코리아프로젝트 사업계획(통신·교통·전력 인프라 사업) ▲DMZ 평화공원조성 ▲북방3각 협력(남·북·중, 남·북·러 에너지·물류 교류사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관계가 호전적으로 발전 될 때 뿐 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도 지속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원칙 고집…북한 포용 어려워

통일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북정책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온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끊고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위기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관세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장기간 교류 부재로 신뢰 조성의 토대가 미흡한 상태에서 원칙론에 입각한 안보 중심 대처는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정체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추진동력과 진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 및 발전에 있어 우리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와 교류 중심의 포용정책을 추진한 반면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는 도발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원칙중심의 대북정책을 고수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 측은 이에 대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의 장점만을 수용해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기존 대북정책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기존 정책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남북문제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정부를 비롯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모두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 북한의 핵개발과 군사적 도발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통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국제사회 공조 강화 절실

통일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와 신뢰를 다져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고 지적한다.

즉,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문제가 얽혀 있는 국제적인 문제로 국제사회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주요 기조로 내세운 통일대박론이 국제무대에서 검증받는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주변국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지난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남북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실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남북통일을 직접 거론한 것으로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의 통일준비에 사실상 지지를 표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또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적극 지지의 뜻을 표했다. 26일(현지시간) 한독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주변국이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주변국이 여기에 협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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