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주열 “국내 경제 상황이 최우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가 2024년까지 총 8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3회씩 인상하고, 2024년 두 차례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월 150억달러씩 줄였던 채권매입 규모를 내년 1월부터 300억달러로 늘려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에서 같은 해 3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매파적(긴축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월 300억달러씩 매입 축소…내년, 금리 세 차례 인상”

15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 후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연준은 매달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50억달러 등 총 150얼달러씩 채권매입을 줄여나가기로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이를 각각 2배 늘려 매달 300억달러씩 채권매입을 감축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매달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연준의 채권매입 규모는 이달 말 900억달러, 내년 1월 600억달러로 줄어들게 돼 내년 3월이면 테이퍼링이 끝나게 된다. 11월 회의에서의 결정대로라면 테이퍼링 종료 시기는 내년 6월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국면에 올라섰다. 경제가 최대 고용을 향햐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 금리 인상은 기대하지 않지만, 완전 고용에 도달하기 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 세 차례, 2023년 세 차례, 2024년 두 차례 등 향후 3년간 총 8번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2024년 기준금리는 연 2.1%까지 오르게 된다.

다만,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금리는 기존과 동일한 0.00~0.25%를 유지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금리를 1.00~1.25%에서 현 수준으로 내린 이후 21개월째 동결이다. 연준은 “한동안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선 가운데, 노동시장 상황이 최대 고용에 대한 FOMC의 평가와 일치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이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FOMC 이벤트 소멸, 시장에 긍정적

연준의 이같은 결정은 대체로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연준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83.25p(1.08%) 오른 3만5927.43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75.76p(1.63%) 상승한 4709.8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327.94p 오른 1만5565.58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연준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매파적 시그널을 가시화함으로써 긴축 기조로의 전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충격을 주지 않는 매파적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안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2년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분명해졌지만, 현 국채금리 수준은 내년 금리 인상 기대감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고, 미국 경제가 4% 내외의 성장률을 보여준다면 2~3차례 금리 인상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 시장이 큰 폭으로 반등했고, 가상화폐 가격이 반등했다. 달러화 지수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진정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종전보다 한 단계 더 매파적으로 선회한 반면, 금융시장과의 상당한 소통을 통해 사전적인 프라이싱 과정을 진행했다”며 “앞당겨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추후 진행될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완화하는 역할을 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 커져…이주열 “국내 경제 상황 우선”

한편, 이번 연준의 결정에 따라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가 높아지고,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상화시켜 나가는 상황이 된다면 원론적으로 생각해봐도 내년 1분기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해서 그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최우선에 놓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는 신흥국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니 통화정책에 있어 분명히 고려할 사항”이라면서도 “우선되는 것이 국내 경제상황이다. 연준이 인상해도 국내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 올린다고 같이 따라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에서는 빨리 움직인 나라 중 하나다. 빨리 움직이면 아무래도 연준과의 금리차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국내 경제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나 국내 경제 상황이 우선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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