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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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의 대출금리 급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높은 가운데,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설명자료를 통해 시장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이를 틈타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과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해명하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몇 달 사이 1%p가까이 올라 연 5%대까지 치솟았다.

18일 금융위는 “최근의 금리상승은 글로벌 신용팽창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앞으로 국내외 정책·시장 상환 전개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준거금리인 국채·은행채 등의 금리가 글로벌 동반긴축·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하반기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고, 특히 10월 급등해 체감폭이 커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가산금리·우대금리 등도 은행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같은 금리 상승기를 맞이하면서도 오히려 민간 분야의 부채 감소가 이뤄지고 있는 주요국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규제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손 놓고 지켜보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리와 관련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출금리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2018년에는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를 통해 일부 은행이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적발, 부당하게 받은 이자 27억원을 돌려주도록 했다.

그때는 할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못 한다고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이해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금융위는 이번 설명자료에서 예금 금리는 안 올리는 은행의 행태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싸게 돈을 끌어와 비싸게 빌려주는 행태가 문제없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의 예고 없는 가계대출 규제로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제1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보다 높아졌고, 고신용자는 대출이 어려워졌으며, 대출을 받더라도 더 높은 금리로 빌려야 한다. 늘어난 상환부담에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그러는 사이 은행은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은행의 대출은 ‘금융의 중개’라는 측면에서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니 어쩔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눈에 피눈물 흘리는 국민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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