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이하 MTS)은 이번에도 ‘먹통’이었다. 

지난 3일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카카오페이 상장 첫날, 일부 증권사 MTS가 또 ‘먹통’이 되자 원하는 순간에 종목 매수‧매도 등 주문을 처리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그야먈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던 한 개인투자자는 “보유한 공모주 전량을 20만원에 매도할 계획이었지만, 매도 버튼을 눌러도 MTS가 묵묵부답이라 적기를 놓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이 투자자는 본인이 원했던 금액보다 작은 가격에 매도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형 공모주 상장 첫날 MTS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등 대형 종목 상장 첫날 오전마다 이용자들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같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청약 수수료다.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별 온라인 청약 수수료는 무료‧1000원‧1500원‧2000원 등이다. IPO 주관의 70% 이상이 집중된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수수료 2000원’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청약 수수료를 책정하는 이유로 “공모주 투자자 급증으로 일시적인 전산시스템 운영 부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수수료에는 공모주 상장 당일 이용자가 몰릴 상황에 대비해 탄탄한 전산시스템을 준비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걷어가는 수수료가 무색하게 MTS 먹통 사태는 여전하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공모주 청약 수요 증가에 발맞춰 전산시스템을 확충해왔다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MTS‧HTS)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산실)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왔다”면서 “대기열 시스템을 구축해 밀려오는 작업도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서버가 다운되지 않게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전산시스템을 꾸준히 보강했다. 지난해부터 경험한 공모주 투자 열풍을 바탕으로 카카오페이 상장 당일에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시스템 보강 등을 통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놓을 뿐, 접속 지연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묘수를 제시하는 증권사는 찾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형 공모주 상장일에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해결책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 대형 공모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첫날에도 MTS 이용 지연 사태는 재현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와 증권업계 관계자를 통틀어 불상사의 재현을 원하는 이는 없다. 시스템 운영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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