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7일 이동원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 등은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물가목표치(2%)를 상당폭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식료품 등 비근원품목이 오름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원품목의 기여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제 재개 과정에서 상품 가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확대됐고, 에너지 품목의 물가 기여도가 우리나라보다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한은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공급병목 현상 ▲임금상승 압력 ▲주거비 ▲늘어난 유동성 등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주요 물가 동인을 중심으로 최근 물가 상황 및 향후 흐름을 점검했다.

그 결과 에너지 가격은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대다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오름세 확대를 주도했다.

식료품 가격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높지만, 미국에서는 상승세가 낮아지다가 최근 반등했다.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올해 경기개선과 함께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에서 확인됐다.

한은은 “내년에는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제식량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이우에도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전개상황과 소비개선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면서 “결제활동 제약 완화 방향으로의 방역체계 전환 등은 상방 리스크로, 변이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은 하방 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글로벌 공급병목현상과 임금상승 압력은 우리나라와 미국 소비자물가에 서로 다르게 작용했다.

올해 반도체 공급 차질, 해상물류 지체 등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으로 미국에서는 내구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임금 역시 미국의 경우 경제재개 등으로 일부 대면서비스업종에서의 임금 상승이 물가에 전가됐지만, 우리나라는 임금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주거비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꾸준하게 높아지면서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주택가격과 전월세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면서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도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을어난 유동성이 향후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최근 중국의 전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한 주택시장 상황에 비춰 볼 때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주거비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