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해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1억원이 넘는 나랏빚을 짊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국가채무 증가와 생산가능인구당 부담액’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4~2019년 국가채무 증가속도(연평균 6.3%)가 지속될 경우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는 ▲2038년 1억502만원 ▲2047년 2억1046만원 ▲2052년 3억70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 재정급증 효과가 채무부담 증가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기준년도 중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은 제외했다.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847조원으로, 당해연도 명목 GDP(이하 GDP) 대비 44.0%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까지 GDP 대비 35.9%선을 유지했으나, 2019년 37.7%로 상승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급증 등으로 당해 연도만 국가채무가 124조원이나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섰다. 국가채무비율 40%선은 과거 정부의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세 지속으로 국가채무비율은 47.2%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도 지난 7월 22일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를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한경연은 또 향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둔화된다고 해도 국가채무는 2020년 말 847조원에서 ▲2030년 1913조원 ▲2040년 3519조원 ▲2050년 6474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더해지면서 미래에 국민이 짊어지게 될 국가채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말 3736만명 ▲2030년 3395만명 ▲2040년 2865만명 ▲2050년 2449만명으로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이 최근 국가채무 증가속도와 생산가능인구 전망치를 기준으로 예상한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는 2020년 말 2267만원이었지만, ▲2038년 1억502만원 ▲2047년 2억1046만원 ▲2052년 3억705만원이다.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부담해야 할 1인당 나랏빚이 1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며,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막대한 빚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있다. 발표 이후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정부 발의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말에는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47.2%, 통합재정수지적자는 GDP 대비 –4.4%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를 ‘한국형 재정준칙 계산식’에 대입하면 결과값이 1.15로, 기준치(1.0 이하)를 넘어서게 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자녀세대에게 과도한 빚 부담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엄격하고 체계적인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