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서연 기자

연일 시끄러웠던 대우건설과 중흥그룹 간의 인수합병(M&A)이 한창이다. 대우건설로서는 금호아시아나, 호반건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주인찾기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건설 해체로 워크아웃 수순을 밟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지분이 넘어갔다. 이후 2003년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한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4년만인 2010년에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된다.

8년의 시간이 흐르고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에 나섰다. 2018년 1월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호반건설이 9일 만에 인수포기를 선언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렇듯 대우건설이 20여년간 M&A시장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이유는, 간결하게 말하자면 ‘돈’ 때문이었다. 대우그룹의 해체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문이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다시 매각된 것도 금호의 무리한 인수로 인한 자금 부족이 원인이었다.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한 것도 대우건설의 해외 우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 판단해서였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잇따른 매각과 매각실패에 넌더리가 날 만도 하다. 이미 호반건설이라는 한차례 실패가 있어서일까,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동종업계인 중흥그룹과의 M&A에도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중흥그룹으로의 매각은 일련의 과정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우려와는 달리,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의 자산은 2018년 이후로 비슷했다. 물론 차이는 있겠지만, 새우와 고래만큼의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또한, 대우건설 몸값인 2조1000억원도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여유자금으로 인수를 추진한다”고 직접 밝힌 만큼, 앞선 금호아시아나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조가 중흥그룹에 보이는 적개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노조는 몇 차례의 성명서를 통해 중흥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조100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부터 빠르게 진행된 매각 과정까지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다.

프라이드가 강한 대우건설 직원들 입장에서는 시공능력평가가 더 낮은 중흥그룹에 팔려가는 것이 내심 속이 쓰렸을 터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M&A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KDB인베스트먼트(KDBI)의 졸속·밀실매각 의혹에 더 뿔이 난 것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졸속·밀실매각의 죄를 묻겠다며 총파업 돌입을 선포하고, 중흥그룹 실사 저지에 총력을 가하겠다며 정치권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흥그룹과 KDBI 어느 곳에서도 별 반응은 없었다. 노동조합법상 M&A 관련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번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노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1군 건설사’라는 자존심이 아니라, 대우건설의 지속 건전한 경영이라면, 대우건설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해 주겠다는 중흥그룹에 협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20여년간의 주인찾기도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 그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막연히 거부하는 것은 기업의 앞날만 흐리게 할 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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