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선재 기자
사진=김선재 기자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금융지주사들이 실적발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출 성장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다. 소위 ‘예대마진’으로 재미를 좀 봤다는 것이다. 수신금리는 낮게 잡아 돈을 싸게 조달하면서 대출금리는 높여 비싸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 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1년 사이 1%p 정도 올랐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 인상되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11조8000억원, 자영업자의 경우 5조2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는데, 금융지주들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고 기존에 하지 않았던 중간배당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다.

은행의 대출 성장 중심에는 가계와 중소기업이 있다. 코로나19 창궐로 상당수의 가계와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 대출 잔액은 1030조4000억원으로, 5월 말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가계 대출 증가액은 41조원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업 대출 잔액도 1022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5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6월 대출 잔액은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은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별 차주에 대해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면 더 큰 금리 부담을 안고서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은행들은 최근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저신용자도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금융당국의 요청이 있기는 했지만, 규제에 막혀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은행의 대출 성장을 통한 이자 이익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은 갈수록 빚에 허덕이게 되고, 은행들은 소위 ‘돈 놀이’를 통해 제 주머니만 불리는 불합리한 구조가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조선왕조시대에도 세종은 연간 10%가 넘는 이자는 공·사채를 불문해 금지하고 고리대를 없애기 위해 사창(社倉)을 설치하고, 1섬에 연간 3되(3%)의 저리로 곡물을 빌려주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은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코로나19의 어려움 극복에 동참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독점적으로 업을 영위하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서민들을 사실상 착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IMF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양극화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민들이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시키기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이 못하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금리 인하나 이자 감면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국민이 어려울 때 나서라고 세금 내는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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