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양지훈 기자
사진=양지훈 기자

“오늘 오전 주식 매매는 글렀네요. 대형 종목 하나 상장했다고 관계도 없는 투자자가 매매를 할 수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안심하고 주식거래를 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11일 에스케이아이이티(SKIET)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접할 수 있었던 대화다. 상장 첫날 많은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일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동시 접속하면서 다른 종목을 원하는 시간에 매수‧매도하지 못하게 된 투자자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증권사 전산장애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도별 전산장애 발생건수는 2019년 15건, 2020년 28건, 2021년 1분기 8건이다. 전산장애 관련 민원건수는 2019년 241건, 2020년 193건, 2021년 1분기 254건으로, 불과 1개 분기 만에 작년 민원 건수를 넘어섰다.

올해 증권사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은 주식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상반기에 대형 종목 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결제대금은 2019년 상반기 142조3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80조3000억원으로 2배가량 폭증했다.

또한 코스피지수 급등에 맞춰 주식거래가 대폭 늘었던 1월과 SK바이오사이언스‧SKIET 등 대형 종목 상장일에 장애가 집중됐다.

반면, 증권사의 전산 투자 비용은 이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58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2020년 5802억원으로, 2019년 5368억원 대비 8.1%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주식결제대금은 284조7000억원에서 416조5000억원으로 46.3% 급증했다. 대규모 자금이 증권사로 몰리고 있지만, 증권사 투자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을 때 증권사는 전산장애 발생 당시 접속 기록(로그)을 기준으로 보상하기는 한다. 하지만 소위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 입장에서 전산장애 여부를 판단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화면 캡처 등 증권사의 보상 기준에 따라 증거를 남기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들이 개인 투자자 급증에 발맞춰 전산운용비를 늘리고, MTS를 개편해 금융거래 환경을 개선하는 등 전산장애의 근본 원인 제거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반기에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업계 추정 시가총액이 조(兆) 단위에 이르는, 이른바 ‘대어급’ IPO가 예정돼 있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3월)와 SKIET(5월) 상장일처럼 매도‧매수를 체결하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증권사들은 다시 한번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하반기 대형 기업들의 연이은 상장은 증권사들이 전산장애 대책을 얼마나 착실하게 준비해왔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만약 하반기에도 대형 종목 상장일마다 접속 장애를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한다면 증권사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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