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 파이낸셜투데이 기자. 사진=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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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12일 입법예고에 돌입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만 있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범위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며, 노동계는 입법 취지를 후퇴시켰다며 비판했다.

양측 모두 40일간의 입법예고기간 내에 법을 재정비하라며 여기저기서 성명서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대체 어떤 법이길래 경영자도 노동자도 반기지 않는 것일까.

지난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책임자(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인 법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기업에게 징벌적 벌금을 매겨 경각심을 주려 한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그 범위와 책임주체를 명확하게 정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의 법안을 살펴보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한 내용이 많다.

이를 두고 고용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의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세부내용이라는 ‘적정한 인력·예산·조치’의 ‘적정함’이 어느정도인지 어느 누구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며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동계 측에서도 위험작업의 2인1조, 직업성 질병의 범위 축소 등, 과로사 근절과 안전작업을 위한 인력확보 등 중대재해근절의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업은 중대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은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무인화 작업, 안전관련 투자 확충,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 산업재해 사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종 특성 상 한계가 존재한다고 본다.

법의 범위가 제대로 정해져있지 않으면 법의 그물망이 좀 더 느슨해지게 되고, 이러한 법은 되려 더 많은 사고와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법령의 모호함과 포괄성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 전가됐고, 나름대로 법령을 해석해야 하는 불확실성과, 만약 일이 잘못됐을 시 판결은 법정에서 받아야 한다는 삼중고가 건설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이렇듯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관련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관련된 모든 업계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대한 법률의 불명확함만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만일 이대로 시행된다면 어찌할 줄 모르며 눈뜨고 코 베이는 피해자들만이 양산될 뿐이다.

건설산업은 부인하기 어려운 ‘불안전’ 산업이고,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인명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업종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중대재해처벌법의 철퇴를 맞는 대표적인 사례로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률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외부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강화는 이미 예전부터 강조됐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말로만 안전을 강화한다고 했지 결국 달라진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대응책은 사실상 건설현장 안전관리 활동·안전교육의 강화와 무인시스템 활용 이외엔 현실적으로 특별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정으로 안전관리자와 노동자를 뽑을 수도 없거니와, 모든 안전사고를 일어나지 않게 기업의 노력만으로 원천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도, 노동자도 반기지 않는 이 중대재해처벌법. 강한 처벌도 좋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현실적이고 명확한 법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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