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열풍·코로나19 장기화·은행 대출 조이기에 카드론 주목↑

사진=현대카드
사진=현대카드

카드사들이 고신용자의 대출 수요 선점을 위해 카드론 최저 금리를 인하하는 모습이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자산이 확대될 경우에는 오히려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카드사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7월 7일부로 법정최고금리는 연 24%에서 연 20%로 4%p 인하된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카드사들은 전체 이익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 감소를 우려했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고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금리를 오히려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1일부터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연 4.5~19.5%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고금리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20% 밑으로 낮췄고, 최저 금리 지난달 연 5.5%보다 1%p 낮아진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신용자 고객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금리 인하와 함께 최저금리도 낮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저 금리 연 5% 미만으로 카드론을 제공 중인 카드사는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네 곳으로 늘었다.

이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카드사는 KB국민카드로, 연 3.9%에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에서 고신용자에게 제공하는 최저 금리 수준과 불과 1~1.5%p 정도 차이다. 이밖에 롯데카드 4.95%, 신한카드 5.3%, 삼성카드 5.9%, 하나카드 6.9% 순으로 카드론 최저 금리가 낮았다.

카드사의 카드론 최저 금리 인하는 고신용자들의 대출 수요를 타겟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수요가 있는 고신용자가 카드론을 이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카드사는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신용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연체 가능성도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부담이 적다.

과거 카드론은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았고,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쳐 고신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소위 ‘영끌’ 혹은 ‘빚투’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투자 열풍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금난에 대출 수요가 늘면서 카드론 규모도 급격히 늘어났다. 1분기 기준 2018년과 2019년 카드론 집행액은 10조6000억원대였지만, 올해는 13조6000억원대로 3조원가량 확대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것도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눈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개인 차주에 대해 적용되기 시작했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로,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을 포함해 계산된다. 정부는 이를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카드사 대출에 대한 규제 적용은 내년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정도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결정이 되면 그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제공을 중단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의 전업카드사 중 5개사가 신용등급 9~10등급 차주에 대한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았다. 또한 하나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도 7~8등급 차주에 대한 카드론을 취소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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