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사진=변인호 기자

‘리니지’는 한국사회의 판박이에서 더 나아가 치열한 경쟁을 심화했다는 평을 받는 게임이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IP 중 하나고, ‘상단 고정 배너’로 불릴 만큼 오랜 시간 구글플레이 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최상단에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나란히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균열이 생겼다. 넷마블의 ‘제2의 나라: Cross Worlds(이하 제2의나라)’에 이어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리니지’ 형제를 제치고 구글 최고 매출 1위에 오른 것. ‘오딘’은 5일 오후까지도 1위를 유지 중이다.

그렇다고 ‘리니지’의 아성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2위, 3위를 각각 기록하며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오딘’이나 ‘제2의나라’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리니지’ 같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6월 신작 ‘트릭스터M’의 경우 ‘귀여운 리니지’가 별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신작들이 대부분 ‘리니지’ 같다는 소리를 듣는 점은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리니지’ 유저들은 전쟁을 치르고, 공성전에 성공해 성을 점령하게 되면 세금을 걷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리니지’ 같은 게임들이 나와 ‘리니지’와 매출 순위가 비교되며 실적이 좋다 나쁘다 거론되는 것은 그 기업과 주주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게임업계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번 리니지류 게임의 매출 순위 변동은 2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리니지M’과 ‘리니지2M’를 하던 사람 일부가 ‘오딘’이나 ‘제2의나라’로 이동해서 리니지류의 매출이 줄고 리니지 같다는 평을 받는 신규 IP의 매출이 발생한 경우가 있고, 리니지류의 매출은 유지 혹은 증가했음에도 새로운 유저가 다수 유입돼 ‘오딘’이나 ‘제2의나라’에서 높은 매출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증권가에서는 ‘오딘’의 출시 첫날 판매액을 70억원 내외로, 2분기 이틀 동안 판매액을 150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딘’이 출시 직후 구글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한 것을 다른 게임들의 일주일 매출과 비교해 추산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7일 리니지M 4주년 업데이트 이후에는 매출 순위 경쟁에 따른 상황 파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딘의 순위가 달라지더라도 리니지M 유저들이 대규모 업데이트 기념으로 과금액을 늘렸는지, 오딘 유저들이 출시 후 시간이 지나 과금액이 줄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MMORPG라는 취향을 많이 타는 게임 장르 특성상 후자의 경우가 생겼을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모바일게임은 꾸준히 소수의 ‘큰손’에게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폭리소매(暴利小賣)’ 구조를 보여왔다. 게임사에서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는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리니지류 모바일게임 매출의 전분기, 전년 대비 증감 수치를 봐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새로운 MMORPG 장르 팬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가정을 유지한다면, 크게 보면 같은 장르 파이 뺏기 싸움이다. 게임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신규 IP를 개발했다고 해도, 게임 구조와 수익구조(BM)가 기존 게임과 유사하다면 IP가 대단히 매력적이지 않은 이상 IP 확장도 쉽지 않다.

올해 초 대규모 트럭 시위가 지상파 3사 뉴스를 타고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질타가 이어진 뒤에도 이용자 수가 대폭 늘었다고 공개한 게임은 ‘로스트아크’ 정도다. 트럭 시위로 시끄러웠던 상반기 ‘로스트아크’에는 왜 사람들이 몰렸는지 국내 게임사들은 알아야만 한다.

폭리소매 구조는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물론 리니지류 게임은 매출 순위가 꾸준히 높았고, 고정팬층도 탄탄하며 그 안에서 메타버스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대규모 디지털 사회가 형성된 ‘성공한 게임’이다. 하지만 리니지류 게임에게도 외연 확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금 피로도가 극심한 게이머들은 점차 모바일게임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게임이 PC와 모바일 플랫폼 모두를 지원하는 것은 PC게임에 결제 심리장벽을 낮춘 모바일게임 BM을 적용했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여기에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코로나 시대 주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사서 응원한다는 ‘돈쭐’이나 불매운동 여론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형성되고 행동으로 옮겨진다. 특히 게임업계는 게이머들이 게임사의 ‘계속 게임을 만들겠다’는 말에 감동받는 것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계속 게임을 만들겠다’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여태 해왔던 게임을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셈이다. 매출 순위가 높은 게임은 주주에게 좋은 게임이지만, 게이머에게도 좋은 게임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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