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에 3100억원 규모로 매각
경영리스크 해소로 주가 폭등
조직개편 등 지배구조 개선 가속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홍원식 전 회장의 왕국 ‘남양유업’이 몰락했다. 수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굳건할 것 같았던 유업계 국내 2위 기업이 왜 몰락한 것일까.

지난달 27일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 51.68%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4일 홍 전 회장의 눈물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일명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자 결국 남양유업을 매각한 것.

지난 4월 13일 남양유업은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분노를 표하며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이른 바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남양유업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고,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라는 행정 처분을 내린 상태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하자 지난달 4일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며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회장직만 사퇴했을 뿐 최대 주주였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눈속임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고, 홍 전 회장은 그로부터 3주 가량 후에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을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불가리스 사태는 그저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을 뿐, 그 전부터 시작된 각종 논란 때문에 대중들이 등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부터 과대광고, 경쟁사 비방, 외조카 마약 사건으로 쉴새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610억원에서 2013년 당기순손실 455억원으로 적자전환 후 이듬해 2014년 1억6429만원으로 간신히 흑자전환했다.

이후에도 번갈아 손실과 이익을 내는 등 고전을 면치 못 하다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535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도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대리점 상생 프로그램과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쳤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현재 한앤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새출발을 앞두고 3개월만에 조직개편을 시행하는 등 경영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 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각각의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최대 단점인 폐쇄적 조직 문화와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 이미지를 재구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다시 유업계 1위 자리를 노릴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 SK해운과 최근에는 대한항공 기내식 기판 사업까지 제조‧해운‧유통 분야에서 25건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해 실적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해 남양유업의 주가는 매각 후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2.81% 뛰어오른 7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파이낸셜투데이 이효정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