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MSI 중국팀 특혜 논란
하루아침에 폐지되는 프로리그
e스포츠의 스포츠화는 아직 요원

2021 MSI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중국 대표 로얄네버기브업(RNG). 사진=라이엇 게임즈
2021 MSI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중국 대표 로얄네버기브업(RNG). 사진=라이엇 게임즈

한반도에서 e스포츠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고 꽃을 피우면서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는 많은 관련 종사자들의 숙원 사업으로 꼽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한층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작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 같은 글로벌 게임사가 스스로 정식 스포츠화 기회를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中 RNG, 우승했지만 찜찜한 마무리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이후 나온 여러 게임 중 한국 팀들이 왕좌를 길게 유지한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지난 23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선 중국팀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MSI는 서머 시즌 이후 열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전에 각 지역리그 우승팀들이 실력을 겨루는 글로벌 대회다.

국내에서는 올해 MSI에 한국 LoL 프로리그 ‘LoL 챔피언스 리그(LCK)’ 스프링 우승팀 담원 기아가 LCK 대표로 출전했다. 담원 기아는 지난해 LCK 서머, 롤드컵, KeSPA컵에 이어 올해 LCK 스프링까지 우승하며 ‘글로벌 챔피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번 MSI에서도 담원 기아는 그룹 스테이지, 럼블 스테이지 1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면서 성적은 좋았지만,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담원 기아는 결승전에서는 중국 로얄네버기브업(RNG)에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패하고 준우승했는데, 1세트부터 불안한 출발을 했다. 담원 기아는 분전 끝에 2대 2 상황까지 갔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RNG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담원 기아가 RNG보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해 패배한 셈이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RNG 특혜 논란이 발생하며 RNG의 우승은 찜찜하게 마무리됐다.

특혜 논란의 배경은 RNG에게 유리하게 편성된 경기 일정 때문이었다. 담원은 럼블 1위로 녹아웃에 진출했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RNG가 담원보다 먼저 4강전을 치르도록 편의를 봐줬다. 이런 상황에서 알고 보니 더블 풀리그 방식으로 열린 럼블 스테이지에서도 RNG가 5일 동안 5경기나 6경기가 편성된 적이 없었던 것. 담원 기아는 5경기, 6경기에도 경기를 치렀다.

그래서 담원은 결승에서 패배했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RNG 특혜가 담원의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텐센트가 100%로 지분을 가진 회사고, 일정 조정으로 특혜 논란이 생긴 팀도 중국 팀인 만큼 대회를 주최한 라이엇 게임즈 측에서 일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세계적인 규모로 열리는 e스포츠 대회는 많아졌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1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한 e스포츠는 단순히 게임대회를 넘어서 프로 선수(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e스포츠 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e스포츠의 정통 스포츠화’는 ‘게임’으로 열린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요원한 상태다.

◆ 게임사 영향력 절대적인 e스포츠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선정됐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사전행사에서도 ‘올림픽 가상 시리즈(OVS)’가 열린다. e스포츠가 코로나19 시국에도 인프라만 갖춰지면 전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특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이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e스포츠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e스포츠의 종목은 게임이고,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은 게임사가 보유하고 있다. e스포츠 대회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은 게임사로 귀속되고, 게임사의 결정에 따라 대회의 존폐가 결정된다. 만약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특정 게임이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돼 대회가 진행되면, 게임사는 홍보 효과를 얻게 된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방송 중계가 필수적이다. 전통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현장관람을 해도 되지만, e스포츠는 현장관람을 하더라도 스크린을 통해 게임 화면이 중계돼야 한다. 선수들이 키보드·마우스를 바쁘게 다루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는 없으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한국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 간 저작권 분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가 어떤 개인이나 기업 소유가 아니라 e스포츠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과 노력해온 선수들의 것이라며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했던 것들이 마케팅을 대신해준 것이었냐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양측은 결국 2011년 5월이 돼서야 합의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대회의 존폐가 게임사에 달린 점도 문제로 꼽힌다. 종목사인 게임사가 대회를 폐지하면 팀, 선수, 관계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 실제로 블리자드는 2018년 12월 당시 2019년부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 프로리그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수의 히오스 프로게임단들은 발표 당일 해체를 선언했고, 선수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캐스터‧해설자 등 중계진들도 블리자드에 원망을 보냈다. 팬들은 언제든지 게임사가 마음만 먹으면 애정하는 종목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라이엇 게임즈도 지난해 오세아니아 지역 LoL 리그 폐지를 발표해 선수들이 혼란을 겪다 2개월 만에 대행사가 대회 운영 라이센스를 확보해 리그를 재개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회가 존속되더라도 게임사가 대회 개최 권한을 회수하면서 일방적으로 대회 규칙을 변경해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5년 라이엇 게임즈는 온게임넷이 주최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상표권을 등록하고 2019년부터 직접 주최했다. 이 과정에서 온게임넷의 중계권을 스포티비 게임즈와 분할하는 LCK 분할 중계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게임 전문 방송 채널 OGN은 결국 주요 대회를 모두 잃고 폐국,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게임사의 일방적 결정으로 e스포츠 관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대표발의한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e스포츠 대회가 종료 전 미리 그 사실을 종목선정기관과 해당 종목 선수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2의 히오스 사태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유동수 의원은 “특정(법)인이 만든 게임을 e스포츠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재로 기부할 것을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e스포츠의 스포츠화를 위해서는 특정(법)인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e스포츠 참여자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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