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경련 회장…각 변수 따지고 남는 후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회장 사의표명…후임 회장에 재계 관심 집중

 

▲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 두산 박용현 회장, 롯데 신동빈 부회장, 삼환기업 최용권 회장, GS 허창수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대림 이준용 회장, 코오롱 이웅렬 회장,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파이낸셜투데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7월 7일 사의를 표명했다. 조석래 회장은 2007년 3월 20일 제 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해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연임 중이며 내년 2월까지 잔여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회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그동안 재계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게 되어 송구스럽다”며 “전경련이 한국경제 도약의 구심체 역할을 지속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이 회복되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 7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평소 왕성한 건강을 자랑했던 조석래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대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건강검진에서 담낭서 양성 종양을 발견,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휴식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 중이다.

회장 후보 1순위 이건희․정몽구, 발 빠르게 손사래

최태원 너무 젊고, 구본무 아직 남은 ‘한’이 있어서…

나이순 따지면 이준용이지만…“70대 불가론 꺼냈던 난 자격 없어”

각종 변수 가장 자유로운 후보는 김승연, 의외의 카드로는 강덕수?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함에 따라 다음 회장 자리에 누가 오를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 전경련 회장 선출 과정은 전경련 회장단과 주요 회원사, 원로 자문단의 추천을 받아 회장단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하게 되며, 임시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된다.

전경련 회장직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로 초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를 시작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 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맡아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으로서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의 오너들이 전경련 회장 자리를 피해왔다.

실제로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5대그룹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김각중 회장(26, 27대), 강신호 회장(29, 30대), 조석래 회장 (31, 32대) 모두 재계 서열 30위권 밖의 기업 출신이었다.

28대 손길승 회장이 4대그룹인 SK그룹 출신이기는 했지만 손 회장은 전문경영인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전경련 안팎에서는 차제에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에서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구심점으로서 전경련의 위상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건희 “애정 있지만 외부 시선이”

이런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는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한국 재계를 대표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강신호 전 회장(29대, 30대 회장)의 임기말에 재계 대표들이 이 회장에게 누차 회장직을 제안했으나, 사양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5월 회장단 회의를 앞두고 200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창설을 주도한 전경련에 큰 애정을 갖고 있지만 본인의 건강과 삼성에 쏠린 국민의 시선 등을 의식해 일부러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의 명분이기도 했던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3수 도전과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 찾기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는 점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몽구 “할일 너무 많아…추대 자체 불가”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유력한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취임 후 현대기아차그룹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아 재계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적임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정 회장의 부친인 고 정주영 창업주가 13~17대 회장으로 10년간 전경련을 이끌며 전경련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평소 부친의 유지를 잇는데 적극적인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의 제안이 온다면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 것과 관련해 “정몽구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을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한 이후 정 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 회장은 그룹 경영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차기 회장에는 전혀 뜻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특히 ‘재계에서 추대를 할 경우에도 고사할 것으로 보이냐’는 물음에는 “애초부터 차기 회장직에 뜻이 없기 때문에 추대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준용 “전경련의 세대교체 기회”

이건희․정몽구 회장에 이어 3순위로 거론된 인물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다. 과거 갑작스런 전경련 회장 유고로 임기 도중에 교체작업이 이뤄졌던 김각중 경방 회장(85)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83)처럼 부회장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에게 잔여임기를 맡긴 후 이듬해 2월 총회에서 정식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방안이다.

김각중 회장은 전임자였던 김우중 전 대우 회장(74)이 1999년 그룹 해체로 해외로 출국하자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직무 대행을 맡았고 2000년 2월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강신호 회장도 2003년 10월 전임자인 손길승 전 SK 회장(69)이 SK사태로 물러나자 최연장자 자격으로 전경련 회장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듬해 2월 총회에서 정식 선임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준용 회장은 조석래 회장 임기동안 열린 16회의 회장단 모임에 조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출석한 유일한 인물로, 정병철 상근부회장보다 출석률이 높아 전경련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조석래 회장의 사임과 정몽구 회장의 고사의 뜻이 전해진 이튿날인 7일 이준용 회장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전경련 회장직에 뜻이 없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전경련의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나는 2007년 초 전경련 회장 선출 당시 일부러 마이크를 잡고 나가 ‘70대 불가론’을 외쳤던 사람인데 나이가 많은 내가 어떻게 이번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회장직을 맡을 뜻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 밖의 후보들

정몽구․이준용 회장에 이어 회장단의 연장자를 따져보면,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1941년)과 이건희 회장(1942년),박용현 두산 회장(1943년),김준기 동부 회장(1944년),구본무 회장(1945년),정준양 포스코 회장(1948년),조양호 한진 회장(1949년) 등의 순이다.

이중에서 재계서열과 연령을 모두 고려하면 가장 적임자는 구본무 회장이지만 구 회장은 1998년 반도체 빅딜을 주도한 전경련에 대한 앙금으로 이후 발길을 끊은 상태이고, 구 회장이 전경련에 다시 발길을 하느냐 여부는 늘 재계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병철 현 상근부회장과 이윤호 전 상근부회장(현 러시아대사로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 등 최근 2명의 상근부회장이 LG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본무 회장이 이번 기회에 전경련과 화해하면서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보인다.

이건희․정몽구․구본무 3인을 제외한 4대 그룹 회장의 한 사람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 조 회장 재임기간 16번의 회장단모임 중 8번 참석해 비교적 양호한 출석률을 보이고 있지만 21명의 부회장 중에서 최연소인 51세여서 회장에 추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이서열 3위인 박영주 회장은 재계서열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4위인 박용현 회장의 경우 회장단 회의 출석률은 16회중 15회로 이준용 회장에 이어 2위지만 전경련 입성이 2007년으로 이제 3년밖에 안됐다는 점, 김준기 회장은 구본무 회장과 마찬가지로 조 회장 임기중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 ‘0’이라는 점, 정준양 회장은 오너 회장이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 외에 남은 후보들을 재계서열, 나이, 전경련 입성시기 등의 변수를 감안해 한 명 한 명씩 지워나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 등 3인이 남는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 박삼구 회장은 최근 회사 사정이 어려워 한눈을 팔 여력이 없다는 점이 각각 걸리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김승연 회장 한 사람이다.

물론 한화 측에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신용과 의리’의 철학은 재계에서 본받을만한 경영 방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 그의 글로벌 인맥과 위상 등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이다.

이밖에 2009년 2월 회장단에 입성해 이제 1년 반이 채 안 되었지만 왕성한 활동과 함께 그룹 주요 임원진까지 전경련 일에 동원하고 있는 강덕수 STX 회장도 국제적 영향력과 열의를 감안하면 의외의 카드로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강신호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석래 회장이 취임할 때처럼 마땅한 회장 후보를 찾지 못한 가운데 전경련 회장직이 장기간 공석으로 유지되면서 상근부회장에 의한 대행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경련과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경총이 이수영 전 회장의 사임 이후 벌써 6개월째 후임 회장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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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선임은 악재?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관계인 조석래 회장은 대선이 있던 2007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전대 회장 시절 최악으로 떨어졌던 회장단회의 출석률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재계의 화합과 전경련의 위상 제고를 위해 큰 역할을 해 왔다.

전경련은 조석래 회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곧 회장단을 비롯한 회원사 및 재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새 회장을 추대할 예정인데, 그렇지 않아도 후보를 구하기 힘든 전경련 차기회장은 조석래 회장의 후임이라는 점 때문이라도 더욱 후보 선임이 어려운 상황.

더욱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 언론과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갖가지 검증작업이 들어온다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 조 회장이 재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아들들은 최근 해외 부동산 불법 취득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9월,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했다가 특혜시비에 시달린 끝에 결국 인수를 포기한 일을 되돌아보면 자산규모면에서 2배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정권과의 관계 때문이지 않느냐는 의혹이었지만 조 회장의 대외적 위치가 없었다면 그렇게 크게 이슈화될 일은 아니었다.

한편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소식은 효성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했고, 반대로 이준용 회장이 조 회장의 잔여임기를 채울 가능성에 대한 소식은 대림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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