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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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소위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이하 적일많버)’ 나라들,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의 노동환경을 분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노동 유연성 확보와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증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396시간인데, 평균 1인당 국민총소득은 6만187달러였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1.4배 더 일하면서 소득은 절반(3만2115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들 국가들의 특징으로 ▲높은 고용률 ▲높은 노동생산성 ▲높은 노동유연성 ▲시간제 근로활성화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을 제시했다.

4강의 평균 고용률은 76.4%로, 한국(66.8%)에 비해 9.6%p 높았다. 네덜란드와는 11.4%p 차이가 나는데, 만일 우리나라가 네덜란드 수준의 고용률을 달성하려면 약 418만6000명의 일자리가 더 많들어져야 한다. 네덜란드와의 여성 고용률 격차는 16.3%p로 더 컸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경우 노르웨이가 84.3달러로 한국(40.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이들 국가 평균(73.3달러)에도 크게 못 미쳤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OECD 36개국 중에서도 30위로 하위권에 속했으며, 전년보다 순위가 한 단계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에서도 한국의 노동유연성 점부는 크게 뒤쳐졌다. 한국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인데 반해, 4강의 평균 점수는 68.9점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덴마크(71.4점)는 OECD 국가 중에서는 3위, 평가대상 141개국 중에서는 4위를 차지해 높은 노동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국가는 높은 시간제 근로 비중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경우 37.0%를 차지해 한국(14.0%)보다 2.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시간 근로제 고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한 WEF 인적 자원 기술 부문 점수는 평균 84.6점으로, 한국(74.0점)보다 앞섰다. OECD 국가 37개국 중 덴마크 2위, 네덜란드 4위, 독일 5위, 노르웨이 6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23위를 기록했다.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이 GDP 대비 0.15% 수준으로 4강과 비교해 크게 높은 편이며, 직업훈련 예산은 0.03%로 낮은 수준이다. 덴마크의 경우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은 거의 없는데, 직업훈련 지출 비중은 GDP 대비 0.39%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컸다.

한경연은 이들 나라들이 ‘적일많버’국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를 꼽았다.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1982년)을 통해 노동계는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30시간 미만 시간제 고용을 활성화시켰다.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되면서 여성 고용률은 1985년 35.5%에서 2000년 62.7%로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네덜란드는 공공부문 고용 축소, 공무원 급여 동결, 세금 인사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이뤄냈다. 네덜란드는 지속해서 신노선 협약(1993년), 유연안정성 협약(1995년)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했다.

독일은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실업률이 상승하고 사회복지 부담도 증가하며넛 노동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독일은 하르츠개혁(2003년)을 통해 미니잡, 미디잡 등 탄력적 일자리 창출을 꾀했으며, 근로자 파견법상의 규제를 폐지(파견 상한기간 폐지, 반복 재취업 금지 등 조항 삭제)하고, 해고금지 규정을 완화(기존 5인 이상 → 10인 이상)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였다.

그 결과 2005년 11.3%에 이르던 실업률이 2015년 4.7%로 떨어지고, 청년실업률 역시 15.2%에서 7.2%로 낮출 수 잇었다. 같은 기간 OECD의 실업률 변화는 거의 없었다.

덴마크, 노르웨이도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 개혁을 추진해왔다. 덴마크의 9월 합의(1899년), 노르웨이 노사정 기초협약(1935년) 등을 통해 쟁의로 해결하기보다 노사분쟁 시 거쳐야 할 절차들을 정해놓는 등 다른 나라보다 합의 문화를 일찌감치 구축해놨다.

‘적일많버’ 4강은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덴마크는 제3차 노동시장 개혁(1998년)을 통해 실업자를 위한 고용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직업훈련의 질을 높였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2003년) 역시 실업급여 최장 수급 기간을 32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시키고, 적극적 구직활동 의무를 부여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도 일, 가장 양립정책을 통해 육아 시설을 늘리고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국가들은 시간제 근로 활성화, 노동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고, 높은 생산성을 토대로 소득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우리나라도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직업 교육 등을 통해 인적 역량을 높이고,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제고한다면 일자리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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