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외국 통화(달러, 위안화)로 이루어 지는 보험이다.

그 외에는 원화보험과 차이가 없다. 외화보험은 생보사들이 종신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변액 연금보험, 평생보장보험, 유니버셜종신보험 등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데, 종신보험을 예로 들면, 원화보험은 월 보험료 25만원을 내고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지만, 달러보험은 월보험료 250달러를 내면 사망보험금 10만달러를 받는 것이다.

달러보험은 2019년에 일부 외국계 생보사들이 출시했는데, 인기를 끌게 되면서 2020년에 중소형사도 달러보험을 출시하였고 급기야 대형 보험사도 판매에 가세하였다. 그 결과 외화보험 수입보험료는 2017년 3230억원에서 2018년 6932억원, 2019년 979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원을 넘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결과가 아니며 설령 있더라도 일부에 불과하다. 보험은 당초부터 푸시(push)상품이므로 수입보험료의 대부분은 생보사들이 달러보험 판매를 일방적으로 독려, 판매한 결과인 것이다.

달러보험 판매가 급증한 것은 생보사와 소비자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데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즉, 보험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생보사들의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최근에 당국의 조치로 무해지보험 판매가 중단되면서 달러보험 판매에 경쟁적으로 뛰어 든 것이다. 또한 시중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화보험은 생보사 말마따나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 또는 위안화에 투자하므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환차익을 기대하며, 장기 유지 시 이자수익에 대한 비과세혜택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우선, 환율 변동 시 보험료와 보험금이 변하므로 위험이 따른다. 보험기간 중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납입 부담이 커지고,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한 해외채권의 수익률이 연동이 돼 있으면 금리 위험도 따르며 달러 등락에 따라 원금 보장이 안될 수도 있다.

또한 보험료에는 반드시 사업비(보험사 경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업비를 빼면 가입 시부터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고 원금 손실을 만회하려면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종신보험은 보장성보험으로 사업비를 가장 많이 떼는 보험이므로 달러에 실제 투자되는 보험료가 가장 적은데, 소비자들은 사업비가 얼마인지 깜깜하다. 생보사 누구도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환전수수료도 추가 부담해야 하므로 실제 수익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결국, 달러보험은 단기간 저축(수익률) 목적으로 메리트가 없고 있더라도 손실 위험이 상존한다.

그런데 생보사들은 달러보험을 판매할 때 속내를 철저하게 감춘다. 특징과 장점만 설명할 뿐, 단점과 원금손실 위험, 유의사항은 애써 말하지 않기 때문이고, 청약철회나 계약취소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외화보험 인기”, “고이율(2.5%, 2.75%, 3.10%)에 환차익까지”라며 ‘환테크 상품’으로 포장해서 판매하고,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라’며 가입을 재촉한다. 의도적으로 반쪽만 설명하며 판매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완전판매, 사기 판매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부 생보사들은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상품을 달러보험이라는 판매명칭으로 판매하므로 현장의 보험설계사들이 보장성보험을 저축으로 속여 팔고, 소비자들도 보장성보험을 저축으로 착각해서 섣불리 가입하는 것이다. 달러라는 명칭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생보사들의 불순한 의도가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것도 모자라 달러보험 판매로 돈벌이 하려는 자들이 제멋대로 만들어 올린 블로그, 유튜브, SNS 등에서도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하는데, 달러보험의 단점과 원금 손실위험, 유의사항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허접하다. 이들에 대한 사전 여과장치는 없고 사후 적발이나 처벌도 없다.

여기에 일부 신문들은 “초저금리에 외화보험 인기 절정”, “보험의 가치를 달러($)로 지키세요”, “신상품 선보이며 고객 몰이”라고 자극적인 제호를 달아 보험사 편향으로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며 달러보험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 정작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기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유해하므로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이처럼 외화보험이 보험 문외한인 소비자들에게 함정이고 지뢰밭인데, 일부 생보사(GA, 보험설계사 포함)들의 허위·과장 판매로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원화보험 조차 제대로 판매하지 못해 불완전판매가 속출하고, 보험 민원이 금융 민원 중 압도적으로 많아 매년 꼴찌인데, 달러보험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고 자칫 제2의 DLF·DLS사태가 우려된다.

급기야 금감원이 ‘외화보험 가입 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2019.7.17) 했고, 외화보험은 환테크 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고 밝혔다.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계약 해지 외에는 환율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으므로 환테크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므로 양심 있고 지각 있는 생보사라면 금감원 발표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합당한 후속 조치를 했어야 마땅한데, 조치는 커녕 판매에만 계속 열을 올려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였다. 이에 금감원은 또다시 지난 해 10월 외화보험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로 올려 발표했다.

이 경우 금감원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해당 생보사들에 대한 근본 조치 없이 소비자들에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실제로 해야 할 일은 소비자경보 등이 아니라 달러보험을 허위·과장으로 속여 판매한 생보사에게 판매를 중지시키고 위반자를 색출해서 엄벌하는 일이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보는 것이다.

금융위도 마찬가지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2015.10.16 발표)’으로 보험사들에게 보험상품을 자유롭게 개발, 판매하도록 허용했지만, 의도했던 소비자 편익(보험료 인하와 양질의 상품 공급)은 실종된 지 오래고, 갈수록 보험료 인상과 소비자 현혹하는 상품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발표가 현장에서 거꾸로 나타나 ‘소비자 보호’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이익을 외면한 채 달러라는 명칭과 허위·과장으로 판매한 생보사가 잘못됐지만, 이를

알면서도 즉시 고치게 하지 않고 묵인, 방조한 정부도 잘못이 크다. 보험은 당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보험사들에게 자율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사후 감독’은 실효성이 없다. 보험 민원 매년 꼴찌가 ‘사후 감독의 실효성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필자는 영업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보험소비자 피해사례를 매일 접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사전 규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금융위·금감원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보험 민원을 줄이려는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사후 감독’을 중단하고 ‘사전 규제’로 전환, 실행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금감원이 3월에 달러보험(외화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대상으로 실태조사(검사)에 나선다고 한다. 외화보험의 환차손 위험에 대한 고객 안내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불완전 판매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는데, 과연 얼마나 성과를 올리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올지 지켜 볼 일이다.

안전한 달러보험은 없으므로 허위·과장 광고에 속지 말자. 원금 손실이 날까 불안하면 달러 보험을 피하고 원화보험을 가입하는 게 상책이다. 달러보험은 환테크 상품이 아니고 고이율 상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허세와 욕심을 버리고 원화보험이라도 제대로 알고 목적에 맞게 가입해서 보험금을 받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다.

보험을 알고 가입하면 약(藥)이 되지만, 모르고 가입하면 독(毒)이 된다. 만약 달러보험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서 잘못 가입했다면 약관에 정한 대로 가입한 생보사에 청약철회를 신청하거나 허위·과장 증거자료를 첨부해서 계약 취소를 신청하면 된다. 보험은 나를 위해 가입하는 것이지 보험사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오세헌 보험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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