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사진=임정희 기자

올해 금융권 화두는 단연 ‘소비자 보호’다. 금융사 및 금융기관 수장들의 신년사를 보면 올해의 경영 방향 및 중점 과제를 엿볼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 중 하나는 바로 ‘소비자’였다. 소비자 관점에서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설계·공급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금융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21년은 명실공히 ‘금융소비자보호의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은 연말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확대하는 한편,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려오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금소법 시행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소비자보호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저축은행사태와 키코사태, 동양사태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역사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사고가 또다시 재발한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이 묶이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말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규모만 해도 6조원이 넘는다. 문제의 상품들이 판매되는 동안 금융사들은 소비자 보호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외면했으며 펀드 환매 중단 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문제점 파악 및 개선에 나섰다.

문제는 이러한 후속 대처에도 소비자피해는 복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돌려막기 등 사기운용을 저지른 운용사는 물론, 상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불완전판매까지 저지른 은행, 증권사 등 그 누구도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지도, 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판매처에서 교환 및 환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건만, 금융상품은 예외였다. 브랜드 신뢰를 담보로 공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한 판매사들은 이제와서 “우리는 판매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고 불명예스러운 이슈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사도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신뢰도 제고는 금융사 실적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급변하는 금융시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피해를 완전히 복구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사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취재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0년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여의도에서 집회 시위에 나선 피해자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미 금융사고로 삶이 망가진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도 자성을 통해 강력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 피해자들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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