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누구나 좋은 보험을 가입하기를 원하므로 자연스럽게 좋은 보험을 찾게 된다. 그러나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실제로 좋은 보험을 찾아서 가입하는 것은 말이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좋은 보험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 설령 좋은 보험을 알더라도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이 많고 천차만별로 다양해서 어떤 보험을 어떻게 골라서 가입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보험’은 실제로 좋은 보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보험’은 보험료가 싸거나 수익률이 높아 중도 해지 시 원금 손해를 안(덜) 보는 보험이고, 남들이 많이 가입하는 보험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생활비가 빠듯한 상황에서 굳이 비싼 보험료로 낭비할 필요가 없으므로 저렴한 보험료가 유리하고, 보험을 저축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중도 해지하여 원금 손실을 크게 입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들이 많이 가입하는 보험은 좋은 보험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보험’은 보험료가 싸거나 중도 해지 시 원금 손해를 안(덜) 보는 보험이 아니고, 남들이 많이 가입하는 보험도 아니다. 내가 직면한 위험(질병, 사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험이고, 힘들 때 실제로 도움 되는 보험이다. 그러므로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보장성보험이 실제로 좋은 보험이다. 보험은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지 저축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은 저축 목적으로 실효성이 없고 적합하지 않으므로 저축 목적으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것을 원한다고 말하면 보험사는 갱신형보험이나 무·저해지보험을 권유할 것인데, 함정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갱신형보험은 가입할 때 보험료가 싸지만 갈수록 보험료가 인상되고 고령일수록 인상폭이 가팔라진다. 총납입보험료는 비갱신형보험 보다 비싸게 된다. 무·저해지보험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으므로 단기에 해지할 예정이면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이 은행 이율보다 높다고 하지만, 보장보험료와 사업비를 떼고 나면 가입할 때부터 수익률이 마이너스고 원금을 회복하려면 가입 후 15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감추고 알려주지 않으므로 가입자가 낭패를 본다. 남들이 많이 가입하는 보험도 남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는 적고 돈벌이를 앞세운 보험사들의 판매정책과 미사여구 상술에 휘둘리고 등 떠밀려 가입한 경우가 많고 그 결과가 숫자로 나타난 것 뿐이다. 

좋은 보험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 알더라도 찾지 않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 보험사가 워낙 많고 각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보험이 많아서 보험 문외한인 소비자가 어떤 보험을 어떻게 골라서 가입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어떤 보험사 어떤 상품이 더 좋은 지도 가려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서 한 눈에 알기도 어렵다. 여기에 보험 판매를 통해 돈벌이에만 매달린 일부 보험사(GA, 보험설계사 포함)들이 인터넷,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을 통해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불완전 판매를 행하므로 보험 가입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보험 설계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다.

보험은 어떻게 가입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좋은 보험은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보험으로 위험(질병, 사고)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보험이다.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내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명확히 알고 그 위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을 찾아야 한다.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망원인 통계’를 보고 내 연령대에서 직면한 위험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보험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가족보장 분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가 필요하고 병을 치료하려면 의사 검진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거치지 않은 채 보험을 섣불리 가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생돈만 날릴 수 있으므로 좋은 보험이 아니다.

사람은 각자 위치와 상황(성별, 연령, 직업, 가족, 건강, 수입, 재산 등)이 다르므로 개인별로 직면한 위험도 각각 다르고 가입할 보험도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좋은 보험은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먼저 확인한 후 목적에 맞는 보험을 올바로 선택하여 내 몸에 맞게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을 가입해서 성공한 사람들은 묻고 따지고 비교해서 나에게 필요한 보험을 내 몸에 맞게 가입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 세상의 보험은 모두 좋은 보험이지 나쁜 보험은 하나도 없다. 소비자들에게 모두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과 그렇지 않은 보험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좋은 보험은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다. 

반대로, 나쁜 보험은 개인별 상황(직면한 위험이나 소유중인 재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섣불리 가입하는 보험이다. ‘누구에게나 다 좋은 보험’이라거나 ‘미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남들이 많이 가입하는 보험, TV홈쇼핑 광고를 보고 사은품에 현혹되어 즉흥 가입하는 보험도 피해야 한다. 이런 보험은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이므로 어려울 때 실제 도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비싼 보험료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을 가입해서 실패한 사람들은 보장 분석 없이 가입하였거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설계사나 텔레마케터가 권유한 상품을 시키는 대로 무작정 가입한 사람들이다. 

보험은 당초부터 개인별 맞춤형 상품이므로 소비자가 직접 하나하나 묻고 따지고 비교하고 확인해야 한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와 보험사의 ‘보장 분석’을 통해서 나에게 필요한 여러 개의 보험을 확인했더라도 먼저 가입해야 할 보험이 있고 나중에 가입해도 되는 보험이 있다. 보장성보험을 우선 충분히 가입한 후 여력이 있을 때 저축성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장성보험 중에서도 내 연령대에 필요한 보험을 우선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입하되, 가입 목적에 적합한 상품을 올바로 골라서 내 몸에 맞게 가입해야 한다. 가장 사망 시 유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해서 종신보험이 필요하지만, 노후 연금을 준비하려면 연금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연금 받는다는 종신보험은 피해야 한다. 당초부터 보장성보험이고 사업비가 연금보험에 비해 2~3배가 부가되어 있어 연금액이 크게 적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이라도 보험료를 아끼려면 순수보장성을 가입하고 만기환급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차액 보험료를 은행 적금에 추가 가입해서 순수보장성보험과 함께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가입하려는 보험의 보장내용과 제외사항을 명확히 알고,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보험가입금액과 보험료로 가입해야 한다. 보험금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보험인지도 따져야 하고 사업비를 반드시 확인해서 가성비 좋은 보험을 골라야 한다. 이것이 끝난 후 청약서를 작성하고 싸인(서명)해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다. 

보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보험사(GA, 보험설계사 포함)가 거짓말을 할 뿐이고 이들의 미사여구와 사탕발림에 소비자가 현혹되어 잘 모르고 가입할 뿐이다. 그러므로 보험사 말을 절반만 믿고 나머지는 소비자가 직접 살펴서 확인해야 한다. 

결국, 보험을 가입해서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 보험계약의 최종 책임은 계약자 본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묻지 마 가입, 즉흥 가입은 금물이다. 보험을 묻고 따지고 비교해서 올바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번잡스럽더라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확인하고 보험사의 보장 분석을 받아 나에게 필요한 보험을 확인하자. 그리고 나서 목적에 맞는 보험을 선택, 가입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소비자 스스로 좋은 보험을 찾아야 하고, 찾는 노력을 실제 행동에 옮겨야 좋은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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