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선별지급’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3차 재난지원금 얘기다. 정부는 29일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업종에 따라 연매출 4억원 이하의 일반업종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식당‧카페‧숙박업‧PC방 등 집합제한업종과 유흥업소‧학원‧실내체육시설‧노래방 등 집한금지업종 소상공인에게는 매출 감소 및 건물 임대 여부와 무관하게 각각 200만원, 300만원을 준다. 집합금지업종과 집합제한업종은 2차 때보다 50만~100만원을 더 받게 됐다. 정부는 이를 다음 달 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한 후 11일부터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임대료와 인건비, 이자 등 소상공인의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고, 영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 일부를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말연시 방역강화로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그 버팀목이 돼 곁에서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집합금지업종 소상공인의 경우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 2차 재난지원금 200만원, 3차 재난지원금 300만원 등 최대 650만원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만 월 182만2480원이고, 이외의 고정비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뿐만 아니라 각 지원금이 나오는 시점이 제각각이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앞서 행정안전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민 지급’이었던 1차 재난지원금 중 소비로 연결된 것은 전체의 30%뿐이니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부의 ‘선별지급’에 힘을 싣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하 연구원)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지출은 12조7000억원 늘었다. 연구원이 추정한 전체 1차 재난지원금 17조5712억원 중 72.1%에 해당하는 것이다.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약 17조6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약 30%는 지원금이 없었더라도 했을 소비지출을 대체하는데 사용됐고, 지원금의 약 70%만큼 새로운 소비가 창출됐다”며 “이에 따라 6월부터는 소비지출이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2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7%로, 1분기 –6.0%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또한 2분기 수출이 같은 기간 –4.1% 감소하는 부진 속에서도 민간 소비가 성장률 하락을 방어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로 선방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비지출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9월에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1.6% 증가를 보였지만, 10월 다시 –0.9%로 마이너스 반전했다. 10월은 8월 15일 사랑제일교회의 광화문 집회로 촉발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상황이 진정됐을 시기로, 당시 정부는 8대 소비 쿠폰을 다시 풀어 상반기 떨어졌던 경제성장률 반전을 시도했다.

정부가 ‘선별지급’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적자 규모는 선진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다. OECD가 20일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일반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Budget Balance) 적자 규모는 GDP의 4.2%로 추산됐는데, 이는 선진국과 인도 등 42개 주요국 중 네 번째로 작은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도 5%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고, 선진국 상당수가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OECD는 재정건전성 강화는 경제가 충분히 회복된 이후의 문제라고 했다.

IMF도 10월 내놓은 세계재정관찰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올해 기초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Primary Balance) 적자 규모를 GDP의 3.7%로 추산했다. 이는 34개 선진국 중 키프로스(3.1%) 다음으로 작은 것인데, IMF는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평균이 GDP의 13.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올해 선진국의 재정지출‧감세 등 재정부양책 규모가 GDP의 9.3%에 이르고, 이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14.1%, 정부부채도 125.5%로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을 멈추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적지만, 그래도 안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돈은 국가재정, 곧 국민 세금이다. 제대로 쓰고 확실한 효과를 봐야 하는 돈이라는 말이다. 어중간하게 써서 돈은 돈대로 나가고 효과는 못 보는 방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 쓸 때 확실하게 써야 돈 쓴 사람도 면이 서고, 혜택을 본 사람도 박수를 쳐준다. IMF 때 무너진 가계 경제는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건정성이 아무리 좋아도 그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