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배당성향 15~25% 수준으로 조율할 것”
배당 확대에 브레이크, 연말에도 금융주 ‘지지부진’
뿔난 주주들, “금융당국에 주주가치 훼손할 권리 없어”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배당 자제령을 내리면서 금융주를 담은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진다.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주 주가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배당성향에 대해 “금융사와 조율과정에 있다”며 “순이익의 15~25% 범위 내에서 조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주주친화 정책이다.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연말 주식시장 폐장일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들에게 다음연도 상반기 배당금을 지급한다. 즉, 투자자는 오는 28일까지 들고 있는 주식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8일까지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락일인 29일 이후부터는 주식을 팔아도 배당금을 받게 된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다. 금융지주사들이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다소 저평가됐다 하더라도 배당금을 노리고 연말에 금융주를 담는 투자자들이 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만큼 주가도 자연스럽게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금융지주는 배당 정책으로 주가 부양을 노리기도 한다.

올해 하반기가 되자 금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금융주에 대한 가치뿐 아니라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도 연간 배당 횟수를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금감원이 배당 확대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분위기가 차게 가라앉았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에 배당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배당금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이다. 이에 금융주는 연말 상승에 대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KB금융 주가는 4만8450월이었으나 24일 4만5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신한지주는 지난달 26일 3만4350원에서 24일 3만33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3만6100원에서 3만5800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며, 우리금융은 1만300원에서 1만1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까지 3404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서는 강요할 수 없다”며 “금감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 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여론에도 금융당국은 배당 축소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지주가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금을 충분히 쌓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에 큰 문제 없이 관리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장기화 전망과 내년 3월 말까지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기한이 도래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사에 권고하고 있는 배당성향은 15~25%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 중반 수준이었다. 신한금융지주가 25%, KB금융지주가 26%, 우리금융지주가 26.6%, 하나금융지주가 25.6%였다.

금감원은 25% 수준까지로 언급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추기 위해서는 20% 내외 수준으로 낮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전년 대비 약 5%p 수준 낮아지는 셈이다.

윤 원장은 “배당도 전같이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라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자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미래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손실 흡수능력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영국, EU 등과 같이 해외에서는 배당을 높게 해주도록 허용해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 유럽 등은) 그간 배당이 없거나 낮았는데 최근에 풀어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배당비율이) 높았는데 낮춘 것이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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