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옵티머스 사태 수습 ‘가교운용사’으로 가닥
독박 피해가는 NH증권, 옵티머스도 라임 전철 밟나
이해관계 복잡한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회사, 세부사항 논의 속도 낼 수 있을까

문 닫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문 닫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옵티머스 펀드이관을 두고 가교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세부적인 안을 두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져 우려가 제기된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가교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감독원은 NH투자증권 등 6곳의 판매사와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수탁회사인 하나은행,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 지난달 18일부터 펀드이관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옵티머스 펀드도 ‘가교운용사’ 설립 후 이관에 무게

현재 옵티머스 펀드는 금융당국의 관리인 체제로 관리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으며, 최근 영업정지 기간이 오는 29일로 다가오자 지난 22일 정례회의를 통해 업무정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할 것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펀드이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협의체는 최근에서야 가교운용사 설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협의체가 처음 구성되고, 펀드이관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NH증권이 펀드를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NH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이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NH증권이 나서길 바라는 눈치였다. 최원우 금감원 자산운용국장은 지난 11일 “상식적인 선에서 제일 많이 판 곳이 제일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로 가교운용사를 설립할 경우 펀드이관에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어 NH증권 계열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를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NH증권은 판매사 역시 옵티머스 운용으로부터 속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펀드이관에 전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운용사가 작정하고 투자자와 판매사를 속인 상황에서 NH증권이 단순히 판매를 많이했다는 이유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NH증권은 판매사뿐 아니라 수탁은행과 사무관리사 등 관련 금융사들과 함께 펀드자산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수탁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실상 운용 지시를 받아 투자를 집행한 곳은 수탁사인 하나은행이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증권사들이 IB 역량을 살려 자산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협의체는 약 한 달 동안 책임 공방을 거쳐 가교운용사 설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옵티머스 펀드에 앞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역시 가교운용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을 설립하고 펀드를 이관한 바 있다. 일단 가교운용사 설립에 무게가 실린 만큼, 옵티머스 펀드도 라임 펀드의 전례를 따라 관련 금융사가 출자를 통해 가교운용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방향 잡힌 협의체, 세부 사항 논의에 속도 내야

가교운용사 설립으로 방향은 잡혔지만, 앞으로 협의체가 갈 길은 더 길고 험하다. 가교운용사에 어떤 금융사가 참여해 어떤 역할을 맡을지, 출자금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의 경우는 비교적 책임소재가 명확했다.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사 역시 판매 과정에서 문제를 지적받았고, 판매사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같이한 사례도 있었다. 펀드 판매도 은행·증권사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 곳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라임펀드도 19곳의 판매사들이 지난 4월 처음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교운용사를 설립해 펀드를 이관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렸다. 라임펀드는 라임운용이 퇴출됨에 따라 지난 3일에서야 웰브릿지운용에 인계됐다.

옵티머스 펀드는 금융사 간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판매사 사이에서 판매 규모도 극명하게 갈린다. 펀드 판매액 5151억원 중 NH증권의 판매액이 4327억원으로 84%에 이른다. 판매사 사이에서도 처한 상황이 달라, 옵티머스 펀드이관 협의체가 좀처럼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물론, 업계에서도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특수성을 감안해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사’가 펀드이관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펀드이관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맡으면 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꼴로 보여질 수 있어, 각 금융사들이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업계에서는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다르게 보고 있다. 라임 펀드는 판매사가 판매를 하면서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하거나 수탁업무를 보다 보니 판매사들이 주가 돼 웰브릿지운용을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옵티머스 펀드는 판매사뿐 아니라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펀드 자산 회수를 같이 협의하는 것이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며 “요즘 업계에서는 일단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가 함께 책임을 분담하는 다자책임 쪽으로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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