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CP, 애플에 적극 대항 나서
韓 상륙 앞둔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 스토어 입점
페이스북 “전 세계 소상공인 위해 애플과 싸우겠다”
인앱결제 강제 등 애플 따라가는 구글에도 영향 갈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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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애플에게 대형 콘텐츠 제작사들이 반기를 든 지도 4개월가량 흘렀다. 에픽게임즈를 중심으로 모인 ‘반(反)애플연합’은 소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애플에 반기를 들었고, 협력방식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등 애플의 정책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취하는 가운데, 애플-구글의 플랫폼 독과점에 저항하는 기업이 늘지 주목된다.

24일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 보도에 따르면 최근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에게 보낸 연말 특별 선물 세트를 통해 애플을 비꼬고 있다. 연말 특별 선물 세트에는 삼성전자 갤럭시탭S7과 함께 애플의 ‘무지개색 사과’ 로고를 비꼰 ‘라마’ 로고, 반애플 캠페인을 뜻하는 ‘#freefortnite’ 해시태그가 새겨진 재킷이 메모지와 함께 담겼다.

미 엔터테인먼트 기업 카인다퍼니의 창업자 중 한 명인 그렉 밀러의 SNS에 의하면 에픽게임즈는 선물 세트 속 메모를 통해 “포트나이트는 2020년 삼성 갤럭시 스토어의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삼성과 협력해 ‘#freefortnite’ 제품을 보낸다”며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포트나이트를 이용할 수 없지만,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서는 최신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freefortnite’를 널리 알려달라”고 전했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은 지난 8월부터 앱 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경쟁하듯 개발용 상용 엔진 시장에서 유니티와 애플-구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엔진 개발뿐 아니라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도 개발해서 글로벌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기존 마켓의 과대 수수료를 비판하면서 PC용 ‘에픽게임즈 스토어’도 출시한 바 있다.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이 인앱결제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구글이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애플처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많은 나라에서 반발을 샀다. 이에 국내에서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되기도 했다.

일찌감치 폐쇄적인 운영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앱을 설치하지 못하게 막고, 의무적으로 인앱결제를 통하도록 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에 반기를 든 것도 포트나이트 안에 앱스토어 결제와 더불어 에픽게임즈 자체 결제 시스템을 추가했다가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던 것이 발단이었다.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를 문제 삼아 에픽게임즈 측에 합류한 기업들도 많았다. 에픽게임즈는 구글과도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스포티파이 등이 반애플연합의 대표주자들이다. 스포티파이는 30%까지 수수료를 가져가는 타 앱 마켓과 달리 12%를 내세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입점하며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전 세계 모든 곳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애플이 반독점행위로 피소됐던 것처럼 구글도 반독점행위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애플과 달리 구글은 물론 원스토어나 갤럭시 스토어 등 다른 마켓으로 앱을 설치하려고 하면 보안 경고를 띄우며 자사 앱 마켓 설치를 유도하긴 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제외한 다른 앱 마켓도 안드로이드 OS에서 허용해 왔다. SK텔레콤 ‘T스토어’를 중심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와 네이버가 합작한 원스토어도 외부 APK 설치가 가능한 안드로이드 OS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발표로 ‘반구글’ 정서도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했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 IT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를 인용해 국내에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10월 인도 내 15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비공식적으로 연합해 구글에 대항하자 구글이 인도에서 인앱결제 강제를 2022년까지 기간을 유예해주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구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할 수 있다며 고자세로 나오다가도 국내 인앱결제 강제 정책 적용 시기를 애초 신규 앱 2021년 1월, 기존 앱 2021년 10월에서 2021년 9월 30일로 연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원스토어 등 국내 토종 앱 마켓은 20%가량의 수수료고, 애플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이유로 중소개발사의 수수료를 15%로 인하하면서 구글이 기존 정책을 강행할 명분이 부족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다르게 시작해 비슷한 노선을 걷는 모양새다. 앱 마켓 운영에 관해서는 구글이 애플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는데, 애플에 반기를 드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계속 늘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확대 적용 정책에 많은 세계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만큼, 반애플연합에 이은 반구글연합의 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경쟁사인 트립어드바이저·옐프·뉴스코프·오라클 등이 미 정부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반독점 조사를 시작하자 힘을 모으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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