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사진=변인호 기자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 20개월이 됐다. 5G는 지난해 4월 LTE보다 20배 빠르고, 지연속도는 10분의 1 수준인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 특징인 차세대 이동통신이라며 대대적으로 출시를 알렸다. 하지만 실제 5G 가입자들은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말한 5G를 체감할 수 없었고, 5G 통신망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결국 5G 1000만 가입자 달성을 LTE보다 5개월가량 늦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이통3사의 누적 5G 가입자는 998만3978명이다. 2011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4G LTE는 상용화 14개월 만인 2012년 8월 가입자 1000만명을 넘겼다. 3G와 LTE의 체감속도 차이도 LTE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LTE와 5G는 그렇지 못했다. 5G 요금제에 가입했어도 오히려 연결이 불안정한 5G 대신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5G 서비스는 LTE의 4~5배 정도 빠른 속도를 보인다. 28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고, 5G와 LTE가 혼용된 비단독모드(NSA) 방식 대신 5G 단독모드(SA)를 사용하고, 굴절이 잘 되지 않는 주파수 특성에 맞게 촘촘히 기지국을 배치하면 LTE보다 20배 빠른 5G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으로 대표되는 진짜 4G보다 20배 빠른 5G는 기업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5G 단말기와 5G 요금제를 비싸게 사놓고도 5G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불만의 이유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성능 저하 등의 이유로 5G 단말기를 구매한 사람들 중에서도 자급제 단말기를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나 LTE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애플의 첫 5G 단말기 아이폰12 출시 이후 이통3사보다 저렴한 알뜰폰 LTE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통3사는 허풍을 섞어 5G를 홍보했고, 정부는 그런 이통3사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20배 빠른 5G가 나온다고 해도 그 5G를 일반 국민이 사용할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을 이용한다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LTE로 이용할 수 있고, LTE로도 충분히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콘텐츠는 계속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기 전까지는 박물관·전시관처럼 단발성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연내 5G 가입자 목표도 기존 150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쪽’ 5G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수능 특수를 길게 누리기도 힘들어졌다. 거기에 광고와 달랐던 현실은 5G 무제한 요금제를 유지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가 5G 무제한 요금제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면 이통3사의 실적도 줄기 마련이다. 아무리 비통신 분야로 실적을 견인한다고 해도, 본업이 이동통신사라는 것은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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