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외치던 금감원, 사모펀드 사태에 ‘불똥’
‘감독 부실’ 책임론 부상,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해 관리·감독 강화해야”
윤석헌 “유보조건 잘 지키고 있어…공공기관은 안 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독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와 금감원은 관련 이슈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위로부터의 금감원 예산, 감독 업무 등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위가 갖는 금융정책 권한 아래 금융감독 집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과 조직, 인원 등 모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4가지 유보조건이 이행됐는지 점검하고 라임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하겠다”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검토를 시사했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산업 진흥을 추진하고 금융감독 정책을 마련하는 금융위 아래에서 검사·감독집행 업무를 수행한다. 그동안 금감원은 효율적인 감독업무에 집중하고자 감독정책 수립과 예산 권한 등에 대한 독립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지자, 되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감독 부실이 지적되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금감원을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 1월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정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매년 1월 공운위를 열어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하거나 해제한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현재 금융위의 통제 수준보다 더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예산 집행 내역이나, 인력 현황, 경영실적, 고객만족도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금감원이 강조하는 조직 독립과는 먼 얘기다.

사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이번에 처음 나온 이슈는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권에 큰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2017년 채용비리와 같은 부정한 행위가 포착됐을 때마다 관련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특히 채용비리 이후 2018년 1월 201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뻔했지만 유보조건을 두고 이를 피했다. 당시 유보조건은 ▲채용 비리 근절 대책 마련 ▲감사원이 지적한 비효율적 조직 운영 개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등 총 4가지였다.

앞서 홍 부총리가 언급한 유보조건이 바로 이 4가지로, 금감원이 해당 조건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설명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최근 금감원의 부실 감독과 조직 내부에서 라임펀드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나오면서 공공기관 지정 압박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아래에서 강력한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감독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보장돼야 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5일 한 행사에서 “저희는 예정돼 있던 절차를 잘 따라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저희한테 (공공기관 재지정 관련 통보가) 오면 다시 한번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돼 있던 절차는 유보조건을 뜻하는데, 해당 조건들을 잘 지키고 있으니 공공기관 지정은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의 예산 독립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금융위조차도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에도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가 금감원을 감독하고 있으며, 업무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안 된다며 공운위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이 조건을 달고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6일 “2018년 기재부가 조건을 달아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며 “결정은 공운위에서 하지만 우린 조건이 지켜지는 한 금감원을 독립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 구성원들이 공공기관 지정을 원하지 않는데 우리가 찬성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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