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사진=임정희 기자

금융권에도 수평적인 조직문화 확산 바람이 불고 있다. 딱딱했던 수직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영어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업무 시 직급이 아니라 영어 닉네임으로 서로를 호명하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의 영어 이름은 JT로, ‘Joy Together’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업에서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IT업계나 스타트업 등 많은 기업들이 영어 닉네임을 비롯해 ‘OO님’ 등 수평적인 호칭을 도입하고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직급도 최대한 간소화해 구성원들 간의 활발한 소통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효율적인 업무 진행 등을 꾀하고 있다.

금융권에도 이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 뉴페이스인 핀테크 기업이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은 수평적이고 유연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처음엔 금융권에서 별종 취급을 받았지만, 이들의 업무방식이 금융권 내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편한 정장과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자율 복장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서도 불필요한 절차 등을 없애며 효율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왜 거대 금융사들은 보수적인 틀을 깨는 노력을 하는 걸까.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4차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언하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권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심지어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적인 DNA로 기존 금융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나 금융사들이 빅테크 기업들과 디지털 경쟁을 하고 있지만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소비자에 선택받지 못하고 패배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디지털 DNA를 제대로 심지 않는다면 굴러 들어온 돌에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선택도 ‘업계 1위’보다는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진행한 ‘2020 대학생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은행’의 1위를 차지한 곳은 카카오뱅크였다. 높은 급여나 보상보다는 은행과 직원의 성장 가능성, 비전 등이 1위를 차지한 주요 이유였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설립 당시 파견 나갔던 시중은행 직원들이 복귀가 아닌 잔류를 선택한 사례는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 구축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이들 인터넷은행 설립 초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자사 직원을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파견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주주이고,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주주다. 복귀할 때가 되자, 국민은행 직원 15명은 모두 잔류를 선택했고, 우리은행 직원 26명 중 10명이 케이뱅크에 남았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영리 추구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런 관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민첩하게 트렌드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도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장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직원들의 입장에서도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조직에서 능동적으로 일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고객들에게 선택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조직원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금융권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지속되길 바란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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