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사진=변인호 기자

지난해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된 5세대 이동통신(5G)은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의 갖은 노력에도 실제 소비자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계륵’ 같은 존재다. 5G를 이용하려면 5G가 지원되는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하고, 5G 요금제를 써야 한다. 이통3사의 5G 요금제는 8만원대에서 10만원대까지가 주력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5G는 계속해서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형 스마트폰을 사도 실제로 5G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고, LTE보다 20배 빠르다던 5G는 찾아볼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상반기 5G 품질평가에 따르면 이통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속도는 LTE보다 4배 정도 빨랐다. ‘진짜 5G’ 소리를 듣는 28GHz 주파수를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재 국민들이 사용하는 5G는 LTE와 5G가 혼용된 3.5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이통3사가 집중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5G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8월 이통3사는 소비자단체, 사업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 통신서비스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21일자로 5G 자급제 단말에서 LTE 가입을 허용하도록 약관 변경을 신고했다. 그동안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이외 지역 주민들은 5G를 사용할 수 없어도 5G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3사는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여러 곳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에 대해 압박이 거세지자 4만원대 요금제를 내놨다. 5만원대로 ‘슬림’이라는 이름이 붙은 5G 요금제나 LG유플러스·KT의 중저가 요금제도 있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양이 8~10GB에 불과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제시한 5G 기준대로라면 5G의 다운로드 속도는 20Gbps로, 초당 2.5GB를 다운받을 수 있다. ITU 기준에 따르면 월 10GB가 제공되는 5G 중저가 요금제는 4초면 모든 데이터를 소진하고 1Mbps 이하의 제한된 속도로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1Mbps는 검색이나 지도 앱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다. 통상 스마트폰에서 FHD 영상을 스트리밍하기 위해서는 5Mbps 정도의 속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G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무제한이 아닐 경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이통3사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해 4월 5G 요금제를 발표할 당시 KT가 ‘완전 무제한’ 카드를 꺼냈을 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프로모션’이라는 형태로 황급히 데이터 무제한 정책을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박현진 KT 5G사업본부장은 “5G 시대에는 UHD 영상이나 VR·AR 등 콘텐츠가 늘어나며 고객의 데이터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고객이 걱정 없이 마음껏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슈퍼플랜 요금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중저가 요금제들은 5G 상용화 당시 ‘5G는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면 계륵’이라고 이통3사 스스로 했던 행동들과 상반되는 결과물이다. 거기다 ‘진짜 5G’는 일반 국민들이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28GHz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B2B를 포함한 특정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금의 5G는 LTE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연결이 불안정한 반쪽짜리 신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G 요금제의 원가가 3만원대 중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3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을 떠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데 정가를 받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비싼 5G 요금제를 사용해도 5G를 이용하지 못하고, 저렴한 5G 요금제를 쓰는 사람들은 5G 스마트폰이기에 가입했을 뿐 5G 콘텐츠를 즐기기엔 부족한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 출시 압박에 면피하는 것에 급급하면 안 된다.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LTE를 기반으로 하고, 5G를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받는 식으로라도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에 맞는 요금을 받아야 한다. 데이터가 한정돼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저가 LTE 요금제와 와이파이를 사용하면서 통신비를 절감하는 편이 낫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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