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 뉴딜펀드, 민관 매칭 방식으로 운용
“정부·정책금융기관이 10% 수준으로 손실 커버”
민간 뉴딜펀드 출시 속도, 뉴딜 관련 기업에 투자금 모일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펀드 조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 뉴딜펀드는 뜨거운 감자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면서, 시중의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뉴딜펀드를 앞세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그린’과 ‘디지털’ 산업에 투자해 혁신성장을 도모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이를 위해 뉴딜펀드로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향후 한국판 뉴딜의 성과를 국민들과 나눈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부가 뉴딜펀드 띄우기에 나서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주도의 관제펀드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국민들에게도 좋은 투자처가 될지, 유동자금이 뉴딜펀드로 유입될 수 있을지 등 뉴딜펀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도 나온다.

뉴딜펀드 운영 방안. 자료=금융위원회
뉴딜펀드 운영 방안. 자료=금융위원회

◆ “뉴딜 사업에 투자하세요”, 국민 눈길 끌 투자 유인책은?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뉴딜펀드’는 주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가르킨다. 정부는 뉴딜펀드 사업을 ▲정책형 뉴딜펀드의 조성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 총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민관이 함께 조성하겠다고 발표된 펀드가 바로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각각 3조원, 4조원을 출자해 총 7조원(35%)으로 모(母)펀드를 만든다. 13조원(65%)의 민간자금은 자(子)펀드를 통해 투자되는데, 일반 국민들의 경우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을 활용해 민간 공모펀드에 투자하면 민간 공모펀드가 자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뉴딜펀드는 국민들의 투자를 뉴딜 사업으로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 등에서 수익률 및 원금 보장에 대한 얘기가 오가며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수익률이나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는 아니다.

다만 정부에서는 모펀드 후순위 출자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실이 발생했을 시 민간보다 후순위로 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먼저 가져간다는 것. 물론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투자하는 비율인 35%까지 손실을 모두 떠안는 것이 아니라, 기본 10% 수준 내에서 먼저 손실을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리스크 부담이 필요해지는 경우 그 비율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정책형 펀드의 후순위 분야를 10% 내에서 정부출자분이 우선적으로 커버한다”며 “원금보장을 해준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을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용되는 펀드 중, 뉴딜 분야 인프라에 일정비율 이상 투자하고 있는 공모 인프라펀드를 선정해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비율은 50%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투자금 2억원 한도 내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9%의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향후 퇴직연금의 인프라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검토한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 주도의 뉴딜펀드 활성화를 위한 여건 마련에도 뛰어든다. 민간 금융사가 뉴딜 투자처를 발굴하고 다양한 펀드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민간의 투자자금을 뉴딜 관련 기업으로 향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또 ‘뉴딜지수’ 연계 투자상품 출시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뉴딜지수.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뉴딜지수. 자료=한국거래소

◆ 윤곽 잡혀가는 ‘뉴딜펀드’, 민간 펀드는 출시 시작

민간 뉴딜펀드와 관련해서는 슬슬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KRX BBIG K-뉴딜지수’ 5종을 발표했다. 여기서 BBIG는 각각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분야를 의미한다.

BBIG K-뉴딜지수에는 각 분야별로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씩, 총 12개 종목이 편입됐다. 그리고 각 분야별로 시총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 ▲KRX 바이오 K-뉴딜지수 ▲KRX 인터넷 K-뉴딜지수 ▲KRX 게임 K-뉴딜지수도 공개됐다. BBIG K-뉴딜지수의 경우 12종목이 모두 1/12씩 동일한 비중으로 지수가 산출되지만, 각 산업지수는 상위 3개 종목이 25%씩 총 75%, 나머지 25%는 7개 종목의 시총 가중방식으로 적용된다. 종목은 매년 2월과 8월 변경된다.

KRX BBIG K-뉴딜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곧 출시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음 달 7일 ‘TIGER KRX BBIG K뉴딜 ETF’를 처음 선보인다. 아울러 미래에셋운용은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배타적 사용권을 통해 올해 말까지 해당 지수에 대한 독점적 사용이 가능하다. BBIG K-뉴딜지수를 활용한 ETF를 3개월 동안 미래에셋운용에서만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뉴딜지수를 개발할 때 미래에셋운용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배타적 사용권을 얻어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정부의 뉴딜정책 발표 이후 K-뉴딜지수 개발을 추진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사가 제안한 BBIG 지수가 거래소에서 검토 중이던 뉴딜지수 컨셉과 유삼함에 따라 해당 BBIG 지수 컨셉에 뉴딜 관련 산업군을 추가하는 등 두 지수의 방법론을 통합해 단일지수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NH-Amundi자산운용은 5G와 2차전지, 수소·전기차, 풍력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NH-Amundi 100년 기업 그린코리아 펀드’를 출시했다. 삼성액티브운용에서도 그린과 디지털 분야의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상품인 ‘삼성뉴딜코리아펀드’를 지난 15일 선보였다.

금융당국은 정책형 뉴딜펀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가 최대주주로 있고 한국증권금융,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주요주주로 있는 한국성장금융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정책형 뉴딜펀드 실무준비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이달 중에는 디지털과 그린 분야 품목들을 선별한 ‘뉴딜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정책금융기관 등이 투자, 대출 등 금융지원과정에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펀드를 비롯한 뉴딜금융 지원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며 “해당 가이드라인은 지속적으로 확충,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정부 예산안을 통해 뉴딜분야 사업들이 확정된 만큼, 뉴딜 테마별 투자설명회를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할 예정이다”며 “뉴딜분야 사업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민간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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