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상품이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 지면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허위·과장 광고까지 난무하고 있어 어지럽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보험설계사들의 대면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을 통한 각종 허위·과장 광고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보험 광고도 안심할 수 없는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을 통해서 정체 불명의 허위·과장 광고와 게시물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이들 허위·과장에 현혹되어 가입하면 꼭 필요한 보험이 아니거나 가입 목적과 다른 보험을 가입하게 되고, 필요한 보험이라도 상품내용을 잘못 알고 가입해서 나중에 속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금융소비자원에도 보험을 속아서 가입해 피해를 보았다며 피해 구제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줄을 잇는다.

문제는 각종 허위·과장 광고를 사전에 걸러주는 여과장치가 없고 적발하거나 제재하는 조치도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보험사와 전속설계사들은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에 따라 생·손보협회를 통해 법규 준수 여부 등 광고 적정성에 대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해서 적발되면 시정요청 및 제재금 부과 등의 조치를 받는다.

그러나 홈쇼핑을 제외한 법인보험대리점(GA)과 GA소속 설계사들의 광고물은 보험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 되어 있지만, 사실상 심의를 요청하는 사례가 거의 없고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보험사를 통해 시정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더구나 GA들의 위상이 높아 지면서 ‘을’로 전락된 보험사들은 GA에 광고 심의 의뢰를 요구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다. 관련 규정이 있더라도 실제로 무용지물이므로 GA와 GA소속 설계사들이 제멋대로 허위·과장광고를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허위·과장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본다. ① 무해지·저해지보험은 보험료가 일반보험 보다 저렴하므로 가입을 적극 권유하지만,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으므로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는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며 장기저축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입하더라도 실제로 그 때까지 유지될 계약이 드물 것이므로 저축이 어렵다. 또한 무해지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없으므로 보험사 파산 시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 보험금 지급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② 치매에 걸리면 보험금 준다고 해서 치매보험을 가입했는데 중증치매가 아니라며 거절하고, 경증치매 까지 보장하는 보험도 지급조건이 까다로워 보험금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지급조건은 얼렁뚱땅 설명하고 미리 가입해야 좋다며 목돈 마련이 필요한 젊은이에게 서둘러 가입시킨다.

③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인데, 수수료 더 받을 욕심으로 저축, 연금보험으로 속여 팔아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GA는 경찰관 150명에게 연금보험으로 속여 팔아 가입자들이 금감원에 집단 민원을 제기한 일도 있다. 종신보험의 사업비가 연금보험 보다 2~3배 많기 때문인데, 가입자는 사업비가 더 빠진 만큼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보험의 75%에 불과하다. 그런데 블로그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1.25%, 아직도 은행에 적금하세요? 종신보험은 2.75%로 자녀대학교 등록금 마련, 노후자금 마련, 목돈 마련에 딱!”이란 글이 지금도 보인다.

④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선택한 펀드의 투자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실적 배당형상품으로 장기 유지가 필수다. 그런데 단기 목돈마련이 가능하다고 속여 판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사업비, 보장보험료를 떼면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가입할 때부터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원금을 회복하려면 10~15년 이상 족히 버텨야 하고, 펀드 변경은 있더라도 이용자가 적으니 무용지물이다. 천신만고 끝에 장기간 유지하더라도 가입 당시 설명들은 금액에 크게 모자란다.

⑤ CI(critical illness)보험이 좋다고 한동안 주력상품으로 판매하였는데, CI(중대한 질병)이란 용어에 막혀 보험금 받기 어려운 상품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이제는 “CI보험 대신 보장범위가 확대된 GI (general illness)보험이 더 좋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⑥ 어린이보험을 100세까지 보장한다며 성인병 특약까지 포함해서 비싼 보험료로 가입시켰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 대부분 탈락하므로 보험금 받을 가능성이 적고, 설령 유지하더라도 화폐가치 하락으로 보험금이 쥐꼬리로 전락한다. 더구나 태아보험을 가입하면 고가의 수입 유모차를 공짜로 준다니 이에 혹하여 서둘러 가입하고 사은품을 못 받으면 바보로 취급된다. 그런데 3만원 이상의 사은품 제공이 불법임을 모르고, 실제로 100세까지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지 않는다. 블로그에는 고가의 유모차, 카시트를 사은품으로 받았다는 사진과 글이 자랑스레 올려져 있으니 고객을 가장한 설계사의 짓으로 추정된다.

⑦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더 황당한 허위·과장 광고와 게시물들이 난무하고 있다. “원금을 보장 하고 높은 이자까지 준다”, “자동차 사고 시 의사 눈빛만 봐도 50만원”, ‘연금종신보험’이란 상품을 설명 하고, ‘강남부자보험’이니 ‘홍콩보험’이라며 국적 불명의 역외보험을 “1억원 보험료로 보험금 4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뻥을 치기도 한다.

이처럼 사실과 다르게 허위·과장으로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글이나 사진·영상물 이외에, 고객을 가장해 사은품을 소개하는 체험형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사여구의 댓글로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 기사를 가장한 광고성 게시물 등 유형도 다양하다. 보험 판매로 돈벌이 하려는 자들이 올린 것으로, 사전에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이거나 게시물들이다. 이처럼 보험 광고가 어지럽고 여기저기 함정이며 지뢰밭 이다. 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속아서 피해 볼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보험을 가입해서 피해보지 않으려면 허위·과장 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나아가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광고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반드시 묻고 따지고 확인해야 한다. 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확인하지 않은 채 청약서에 섣불리 싸인하면 나중에 손해 보고 나서 울고 불고 해 봐야 소용이 없다.

보험은 가입자를 위한 상호부조의 제도이므로 보험의 주인은 보험계약자이다. 보험사, GA, 설계사는 ‘내가 누구 덕분에 밥 먹고 사는지’ 자문해 보면 답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가입자를 위한 보험이 아니라 수수료 많은 보험을 파는 자는 양심 불량자이고 가입자를 배신하는 자이다. 내 배를 채우기 위해 가입자를 속이는 것이므로 존재할 이유가 없고, 허위·과장으로 판매하도록 기획하거나 설계사를 교육시킨 자도 마찬가지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월급 받을 자격이 없고 ‘고객 중심’이란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위와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양심 불량자들의 허위·과장광고가 난무하는데 이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소비자 보호’를 반복하며 외치지만, 적발할 의지가 없고 적발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며, 명단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하니 동일한 사례가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시간이 흘러도 개선된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8만2209건) 중 보험민원이 5만1184건으로 62.3%를 차지하여 압도적으로 거꾸로 1등이다. 보험인의 한사람으로 부끄럽다. ‘보험 민원 거꾸로 1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매년 숫자만 일부 달라질 뿐, 등수에는 변함이 없다. 보험을 가입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인터넷, 휴대폰 광고는 물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허위·과장 광고와 게시물을 청소해야 한다. 처벌 근거가 없다거나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라거나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핑계 댈 일이 아니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 나 할 일 다했다고 물러나 있을 때가 아니다. 직접 나서서 사전에 심의 받도록 근거를 만들어 심의하고, 해당부처에 강력 단속하도록 요청해야 할 일이며, 표현의 자유는 타인을 속이는 것까지 포함된 것이 아니다. 이런 일 앞장서서 일하라고 국민(소비자)들이 혈세를 내서 금융위·금감원에게 비싼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필자는 다음 3가지를 제안한다. ① 모든 보험 광고에 심의필 근거를 표시하도록 의무화 하자. 이렇게 하면 상당 수 허위·과장 광고가 줄어들 것이다. ② 또한 심의필을 받지 않거나 표시하지 않은 보험광고와 게시물을 찾아서 금감원에 신고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파파라치제도를 도입, 운영해 보자. 제도 시행만으로도 경각심을 주게 되므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③ 허위·과장 광고나 게시물 로 적발된 자들을 엄벌하고 명단을 금감원, 해당 보험사, GA 홈페이지에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공개하자. 그래야 반면교사가 되어 허위·과장 광고가 줄어들게 된다.

도둑이 창궐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도둑 잡는 일이지, 주민들에게만 문단속 잘하라고 확성기 들고 외칠 일이 아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한가하게 금융꿀팁이니 소비자경보만 발령하며 소비자들에게만 주의하라고 할 일이 아니라, 허위·과장 광고자를 색출해서 엄벌하고 실명과 제재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공급자(보험사, GA)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칼은 보초 서며 보여만 줄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자르고 찔러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어떤 것이 해야 할 일이고 더 중한 일인지 잘 따져 보시라.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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