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우리 기업의 ICT 기술 활용도는 떨어지고, ICT 서비스 산업 대부분이 외국 기업에게 선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국 ICT 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특히, 클라우드‧플랫폼 시장 등 국내 ICT 서비스업 시장은 이미 글로벌 해외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 ICT 기업의 영세성이 뚜렷해 기업당 매출액은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4월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향후 5년간 모바일 네트워크 중 5G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67%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터넷 평균속도 1위, 광케이블 보급 1위(OECD, 2018년), 전자정부평가 2위(UN, 2020년) 등 ICT 인프라 보급 및 접근성에서 손꼽히는 ICT 인프라 강국이다.

한국기업의 분야별 ICT 활용 현황.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기업의 분야별 ICT 활용 현황.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하지만 기업의 ICT 활용도 측면에서는 OECD 평균 이하였다.

한국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한 거래(수주, 발주)와 고객관리 및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ICT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낮았고, 4차 산업혁명의 유망 분야 중 하나인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기업 비율이 OECD 평균을 밑돌았다.

이는 한국 ICT 산업이 반도체 및 장비 등 ICT 제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플랫폼 등 ICT 서비스업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이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고, 국내 분야별 플랫폼 시장의 상당수 역시 글로벌 외국기업이 점령 중이다.

한국 ICT 기업의 규모가 미‧중‧일 등 주요 경쟁국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에 비해서 영세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S&P 캐피탈(Capital)IQ에 데이터가 있는 ICT 기업을 분석한 결과 한국 ICT 기업의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710억원으로, 세계 평균인 7950억원의 3분의 1을 약간 넘고, 세계 1위인 미국기업 평균(3조3000억원) 대비 약 절반 수준이었다.

한국 기업당 R&D 지출액 또한 세계 평균의 3분의 1, 미국 대비 15분의 1 규모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 분야의 경우 한국의 1개사당 평균 매출액은 1190억원이었는데, 이는 세계 평균(5230억원)의 4분의 1, 미국(2조3000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ICT 전체 산업보다 더욱 영세한 것이다.

국가별 ICT 전체 기업당 평균 매출액 비교(좌), 국가별 소프트웨어 및 ICT 서비스 기업당 평균 매출액 비교(우)
국가별 ICT 전체 기업당 평균 매출액 비교(좌), 국가별 소프트웨어 및 ICT 서비스 기업당 평균 매출액 비교(우)

아울러, ICT 산업의 기술 수준도 주요 경쟁국 대비 뒤처져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6개 ICT 분야별 평균 기술 수준은 선도국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92.9%), 일본(88.9%), 중국(86.1%), 한국(84.5%) 순이었고,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1.4년으로 나타났다.

26개 ICT 기술 분야 중 미‧일‧중‧유럽 4대 경쟁국 모두 열위인 분야는 13개로, 이 중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인인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야가 포함돼 있다.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훌륭한 ICT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글로벌 외국기업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ICT 산업에 관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고,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IC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만성적인 업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혁신적인 ICT 서비스 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환경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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