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펀드 자산 ‘98%’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
부동산 개발 투자하고, 펀드자금 빼돌려 주식 투자하고
금감원 “채권보전·자산실사·펀드 이관 추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편입자산 98%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이뤄져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자료=금융감독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편입자산 98%가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이뤄져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투자자를 모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자산이 실제로는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환매 중단 규모도 현재 2400억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옵티머스에 대한 중간검사에서 투자제안서와 다른 자산을 편입한 부정거래행위와 펀드자금 횡령, 검사업무 방해 등의 혐의가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옵티머스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판매사별 펀드 판매 잔액. 자료=금융감독원
판매사별 펀드 판매 잔액. 자료=금융감독원

◆ ‘2401억원’ 환매 중단, “중단 규모 5000억원까지 확대 예상”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옵티머스 펀드는 46개로 총 5151억원 규모다. 이 중 24개 펀드, 약 2401억원이 환매 연기됐으며 나머지 22개 펀드 역시 환매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계좌 수 기준으로 투자자는 총 1166명이며 개인투자자는 982명(2404억원), 법인투자자는 184명(2747억원)으로 나타났다.

판매사 중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NH투자증권으로 개인에게 2092억원(884명), 법인에게 2235억원(168명), 총 4327억원을 판매했다. 이는 전체의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로 다른 판매사 대비 압도적인 수준이다.

그 뒤를 이어 하이투자증권이 325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이 148억원 순으로 판매했는데 한투증권이 279억원(93명), 케이프증권이 14억원(2명)을 개인에게 판매한 것 외에는 모두 법인에 판매된 것이었다.

당초 옵티머스는 안정성이 높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된다며 투자금을 모았으나 부동산 개발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편입자산(평가액 약 5235억원)의 98%가 ▲씨피엔에스(2052억7000만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로 구성됐다. 이들 기업은 실제로는 옵티머스 임원 등이 관리하는 기업이었다.

옵티머스가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펀드자금 중 약 3000억원이 약 60개 투자처에 흘러갔다. 하지만 옵티머스 측의 자료인 만큼 신뢰하기는 어렵다.

금감원은 “위법행위 혐의자인 옵티머스 임원이 제출한 자료로 금액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고 권리관계가 불투명한 자산이 다수이며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산실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펀드 자금 일부는 수차례 이체 과정을 거쳐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이사 계인계좌로 입금돼 주식과 파생상품 투자에 사용됐다. 현재 김 대표는 구속됐으며 개인계좌로 흘러간 자금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발표된 금감원 부서장(국·실장) 인사와 관련해 내부 불만이 금감원 블라인드(익명 게시판 앱)을 통해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 환매 중단 직전, 부정거래행위 파악한 금감원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옵티머스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주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라임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정규모 이상의 운용사 52개를 대상으로 운용실태를 점검했다. 금감원은 이중 유동성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된 10개 운용사를 집중관리대상으로 두고 지난 3월부터 자금유출입 현황을 모니터링했으며, 이 과정을 거쳐 5개 운용사에 대해 4월 28일부터 5월 29일까지 서면검사를 실시했다.

옵티머스운용도 서면검사 대상에 올라 금감원의 검사를 받았는데, 이때 금감원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던 펀드자금이 다르게 사용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현장검사를 실시하고자 했으나, 검사를 며칠 앞둔 17일 옵티머스운용이 판매사에 환매 중단을 통보하면서 19일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금감원은 검찰과 공조를 진행하고 금융위원회에 ▲영업 정지 ▲임원 직무집행 정지 ▲관리인(금감원 1인, 예금보험공사 1인) 선임 등 긴급조치명령을 건의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긴급 조치명령을 발동해 금감원 3명, 예보2명, 판매사 3명 총 8명이 펀드 및 고유재산을 관리 중이다.

옵티머스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는 지난 10일까지 이뤄졌다. 금감원은 옵티머스가 당초 부동산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에도 투자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기재한 것은 물론, 대표이사의 펀드자금 횡령까지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는 허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제출하고 임직원 PC 및 관련 자료를 은폐하는 등 금감원의 검사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과,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해 지난 17일 완료했다. 금감원은 이들 기관이 업무를 적절히 수행했는지, 내부통제는 잘 이뤄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지난 6일부터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품 심사 절차와 펀드 설명 내용, 부당권유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금감원은 펀드자금 회수를 위한 조치에 나선다. 우선 판매사와 공조해 채권보전을 위한 가압류를 신청하고 검찰이 진행 중인 추징보전절차에 협조 중이다. 또 삼일회계법인을 실사법인으로 선정해 자산실사 절차를 밟고 있다. 자산실사를 통해 확보 가능한 채권을 파악하고, 채권보전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산실사가 완료되면 다른 운용사로 펀드 이관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펀드를 이관할 운용사를 판매사 계열 운용사로 고려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지난 17일까지 총 67건의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됐다. 모두 NH투자증권을 통해 가입한 투자자들이며, 이들은 판매 직원이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는 말을 믿고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자산실사 및 환매 진행경과, 검사결과 등을 고려한 법률검토 결과에 따라 분쟁조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투증권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3일 투자금의 70%를 선보상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투자자에 대한 조치를 논의했지만 선지급 비율을 결정하지 못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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